태풍피해지역,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 입력 2019.10.20 18:1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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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태풍으로 심각한 수준의 농작물 피해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은 9차례의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당근, 월동무, 양배추 등 제주농업의 대부분 작물이 태풍으로 입은 피해는 재난수준에 가깝다. 밭에서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제주의 월동작물 밭은 처참한 모습이다. 태풍피해로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농민들이 기댈 곳이라곤 이제 정부뿐이다.

제주지역 농민들은 태풍이 불어와 피해를 입어도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농사를 지어 작물을 수확해야 생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물에 잠긴 농지를 복구해 농작물을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자연은 너무나 무심하게도 심어놓으면 쓸어가고 다시 심으면 또 쓸어가 버렸다. 몇 번의 비료비, 대파비 등의 생산비를 투입해 농사를 이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휴경이라는 선택뿐이었다.

제주 뿐 아니라 어느 지역, 어느 작물 할 것 없이 태풍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해남의 가을배추, 겨울배추의 피해 또한 심각하다. 파종 직후부터 계속돼 온 비와 태풍으로 배추는 더 이상 건강하게 자랄 수가 없었다. 이제 농민들이 할 일이 멀칭비닐을 거두는 일 뿐이라고 할 정도로 해남의 이번 배추농사는 태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벼가 입은 피해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가장 마지막 강력하게 직격탄으로 작용한 제18호 태풍 ‘미탁’이 지나간 뒤에는 콤바인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전남지역의 논은 물에 잠겨버렸다. 쓰러진 벼를 세우려고 해도 이미 살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큰 피해였다. 상품으로 가치가 전혀 없는 수확이 불가능한 벼들은 갈아엎을 수밖에 없게 됐다. 가을에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금빛 들녘이 사라져 버린 최악의 자연재해다.

올해 쌀 생산량은 1980년 이후 가장 낮을 것이라 예측됐다. 지난 1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쌀 예상생산량 조사결과는 377만9,000톤으로 이는 2018년산에 비해 2.3% 감소되는 물량이다. 연이은 세 차례 가을태풍과 일조시간 감소 등의 기상여건 악화로 벼 낟알은 제대로 익지 못하고 병들어 버렸다. 쌀 생산량은 줄었지만 쌀값 하락의 추세로 벼 수매가마저도 낮아질 전망을 보이는 곳이 있다. 농사가 풍년일 때에도 가격하락으로 고통 받았던 농민들은 태풍피해로 또 그와 같은 아픔을 겪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는 인간을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자연재해로부터 가장 취약한 농업은 언제나 이런 조건에 내맡겨져 있다. 올해처럼 태풍의 발생빈도가 높아 그 피해가 광범위하게 미칠 때에는 더욱 더 근본적인 대비책이 절실하다.

농작물재해보험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농민에게 실질적인 보상체계로 작용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연재해로 입은 피해를 오로지 농민 개인의 몫으로 맡겨서는 안 된다. 제주와 해남지역 농민의 절박함에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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