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5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화성리 일원에서 농민들이 태풍 피해 벼를 갈아엎으며 수매가격 보장을 촉구했다.
지난 8월 말 시작된 가을장마에 9월부터 연달아 발생한 태풍 ‘링링·타파·미탁’의 영향으로 남부지역 농업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지난 2일 태풍 피해를 입은 벼 전량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는 지자체를 통해 수매 희망 물량을 신청 받은 뒤 피해 상황에 따라 16일 피해 벼 매입 규격과 가격을 결정하고 오는 21일 매입을 시작할 예정이다.
관련해 농민들은 피해 벼 매입 규격 발표 하루 전인 15일 정부 수매가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선 피해 벼가 시중에 유통돼 저가미로 둔갑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수매가격이 적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용식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수확기를 앞둔 벼의 수발아·백수·흑수 현상 그리고 도복·침수 피해는 급격한 수확량 감소를 가져왔으며 논 농업이 중심인 전남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권 의장은 “농민들의 사활이 걸린 만큼 전남도와 농협 전남본부 등에 피해 벼 정부 수매를 강력히 촉구했고 정부가 그 심각성을 인식해 수매를 진행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정부수매의 핵심은 피해 벼가 시중에 유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라며 “수매가격이 낮을 경우 피해 벼가 값싼 저가미로 둔갑할 가능성이 있고 시장에서 이를 유통하면 부족한 쌀 공급량에도 가격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태풍 피해 벼에 대한 품위를 세분화하고 공공비축 등급의 80% 수준으로 수매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농민들이 제시한 태풍 피해 벼 수매 적정가격은 40kg 기준 5만원이다. 김성보 전농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이전에는 피해 벼를 40kg 한 포대 기준 2만5,000원에 수매했다. 그 가격으론 생산비를 건질 수도 없거니와 당장의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다”며 “농민들이 피해를 조금이나마 극복하려면 피해 벼에 대한 완전한 격리가 진행돼야 한다. 정부가 역할을 다해 피해 벼 수매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논을 갈아엎은 농민 문제문(50)씨는 “9월 초 첫 태풍 링링에 벼가 쓰러졌다. 타파와 미탁이 지나간 뒤 논은 트랙터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잠겼고 낟알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까지 나타났다. 상품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인데 보험사에선 일단 수확하라며 제현율을 운운하고 있다”면서 “피해가 수확 불능 수준으로 심각한데 농협 측 수확 불능 판정을 받아도 피해율은 최대 60%다. 자부담 10%를 제하면 납부한 보험료의 50%를 보험금으로 받는단 의미다. 도대체 누굴 위한 보험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농민들은 태풍 피해 벼가 시중에 유통될 경우 시장가격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수매 시 적정 가격을 보장해 완전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이 절대적으로 농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보험체계를 바로잡아 재해 발생 시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케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