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는 살리더니 집돼지는 다 죽이네”

한돈협회, 14일부터 ‘살처분 반대’ 릴레이 1인 시위 돌입…17일 총궐기대회 예고
예방적 살처분 범위, 발생농장 500m 내에서 3㎞, 10㎞로 늘리더니 ‘관내 전체’로

  • 입력 2019.10.14 19:31
  • 수정 2019.10.16 20:3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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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돈농가들의 인내심이 끝내 임계점을 넘어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지역 내 돼지를 전량 수매 및 살처분하는 ‘특단의 조치’가 경기도 연천군까지 확대되자 전국의 한돈농민들이 들썩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지난 9일 경기도 연천지역에서 14번째 ASF가 발생하자 지역 내 잔여돼지를 수매한 뒤 살처분하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돼지 수매는 신청농장별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수매가 완료된 농장별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될 예정이다.

발생지역 전체 돼지를 살처분하는 건 가축전염병 긴급행동지침(SOP)에서 규정한 발생농장 반경 500m 살처분 범위를 훨씬 웃도는 조치다. 그동안 정부는 살처분 범위를 500m에서 3㎞로, 3㎞에서 10㎞로 계속 확대해 왔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내세운 적은 없다.

한돈농민들은 이번 주부터 조직적으로 정부의 살처분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대한한돈협회(하태식)는 14일부터 살처분 정책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이날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서며 “기존 방역대를 벗어난 발생농장 반경 10㎞ 내 예방적 살처분까지 동의했는데 이제 발생지역 전체 돼지를 살처분하려 한다”고 정부의 과도한 방역정책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농가 피해에 대한 어떤 보장도 없이 한돈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탄식했다.

대한한돈협회는 14일 하태식 협회장의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한돈협회는 14일 하태식 협회장의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돈협회는 청와대뿐 아니라 농식품부, 환경부 앞에서도 매일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한다. 또, 오는 17일 농식품부 앞에서 ASF 살처분 말살정책 중단 및 피해농가 보상촉구 전국 한돈농가 총궐기대회를 열고 무분별한 살처분 조치 중단을 거듭 호소할 계획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기북부지역 한돈농민들의 위기감은 매우 심한 상황이다. 경기북부지역 한돈농민들은 ASF 피해지역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8일 경기도 북부청사 앞에서 생존권 사수 집회를 열 예정이다. 경기북부지역 한돈농민들은 ASF 피해지역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8일 경기도 북부청사 앞에서 생존권 사수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연천지역 한돈농민들은 같은날 연천군청 앞에 모여 일방적인 수매 및 예방적 살처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농장간 수평전파 사례가 없으며 오히려 정부의 야생멧돼지에 대한 잘못된 조치가 더 문제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발생농장 10㎞ 내 농장이 있어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받은 한 한돈농민은 “예방적 살처분 동의 사인을 안하면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그것도 거부하면 행정대집행으로 살처분을 할 것이며 그마저 거부하면 농장 폐쇄명령을 내리겠다고 하니 이런 강압이 어딨냐”고 하소연하며 “강화, 김포는 이제 집돼지는 없는데 멧돼지는 살아있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고 기막혀 했다.

성경식 한돈협회 연천지부장은 “멧돼지 살리려고 집돼지 다 죽이냐. 근거없는 살처분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며 “살처분명령은 법에도 없는 조치다. 살처분 명령서 수령을 거부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한돈농민들이 줄곧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그러다 11일에야 멧돼지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고 적극적인 포획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뒤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방역교육을 수차례나 들었다. 그때마다 농장 소독을 열심히 하면 지킬수 있다고 강조했다”라며 “지역 내 한돈농민들은 ASF를 막으려고 한 달 동안 집에도 못 가고 농장에서 돼지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가 살처분이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연천지역 한돈농민 50여명은 14일 경기도 연천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괄적인 살처분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경기 연천지역 한돈농민 50여명은 14일 경기도 연천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괄적인 살처분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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