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쌍둥이 법안 철회, 공공수급제 도입이 답이다
[농정춘추] 쌍둥이 법안 철회, 공공수급제 도입이 답이다
  • 강광석
  • 승인 2019.09.29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문재인정부의 직불제 개편안은 포장만 요란하지 아무런 내용이 없다. 대농과 쌀 농가가 직불제를 다 가져간다고 왜곡하더니 당·정·청 협의로 내놓은 직불제 개편안은 농업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정부가 주장하는 직불제 개편안은 한마디로 직불제 개악안이며 쌀값 안정 포기 선언이다.

고정직불제는 면적직불제로, 친환경·조건불리직불제 등은 선택형직불제로 이름만 바꿨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그 예산으로 중소농직불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쌀값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그리고 민주당이 합작해 만든 직불제 개악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을,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은「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상 두 법안은 쌍둥이 법안이며 황주홍 의원은 민주당 의원도 아니면서 꼭두각시 청부입법을 한 것이다. 황주홍 의원은 언론 인터뷰와 농민단체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밝혔던 변동직불제 폐지 반대, 쌀 목표가격과 직불제 분리처리 입장을 번복하고 농민을 기만했다.

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로 독소조항이 가득하다. 변동직불제 폐지로 마지막 남은 쌀값 기준선, 가격지지 안전판이 사라졌으며 국회는 과거 수매값 동의제, 쌀소득보전직불제법 심의 의결권을 포기하고 정부에게 직불제 운영권을 넘겨버렸다. 또한 농민들은 직불제를 수령하려면 정부가 실시하는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정부가 판단한 농지에 대해선 특정작물 휴경명령제를 실시한다는 독소조항도 포함됐다. 이를 어기면 최장 8년 동안 직불제 등록을 제한하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선택형직불제 시행방안을 아예 통째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세부 사항이 하나도 없는 졸속입법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직불제 예산 확대방안, 직불금 부당수령 대책마련 등 그간 농민들이 요구한 내용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박완주 의원의 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에 명시된 ‘직불제 운영심의위원회’는 또 하나의 관변어용집단에 불과하며 형식적인 거수기 역할만 할 것이 자명하다. 또한 박완주 의원의 농업소득법 전부개정안은 통상 법 적용 시점을 법안 통과 시점으로 명시하는 관례를 어기고 2020년 3월 1일로 특정했다. 이는 농민과의 소통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또한 전례없는 <참고사항>이라며 전부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에 명시함으로써 국회의장 직권 상정으로 반드시 직불제 개악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쌀값 안정대책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쌀 자동시장격리제’ 역시 가관이다. 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에 의하면 생산량 대비 신곡수요량 예측과 매입량·매입시기·매입방법은 농식품부 장관이 결정한다. 매입가는 매입 당시 시가이며 이것도 농협을 통해 매입하고 정부는 손실만 보전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쌀 휴경명령제를 법으로 명시한 동시에 수급안정대책 수립 시, 경제부총리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법으로 명시해 사실상 양곡대책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넘겨버렸다. 이는 농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법률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농산물 가격에서 정부가 손을 떼겠다는 의도는 올해 마늘·양파·배추·대파 대책에서 여실히 드러났으며, 관련 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 농산물 가격은 시장에 맡기고 줄어드는 농가소득의 일부는 직불제로 보충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 농업파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10여 년간, 수매제가 폐지되고 쌀값은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해 농민들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기억하기조차 겁난다. 변동직불제 마저 없어지고 쌀값이 곤두박질치면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농민의 처지가 어떨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쌀농사가 무너지면, 밭농사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밥 한 공기 300원 가격으로 쌀 50만톤 매입, 채소가격 안정예산 4,000억원 배정으로 농협계약재배 물량 50% 확대, 이것이 공공수급제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