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도청 구내식당의 수입소고기
[농민칼럼] 도청 구내식당의 수입소고기
  • 박형대(전남 장흥)
  • 승인 2019.09.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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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대(전남 장흥)
박형대(전남 장흥)

전남도청의 구내식당은 전남의 또 다른 얼굴이다. 도지사를 비롯해 도청직원, 도의원, 민원인들이 많이 찾는다.

친환경인증 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에 맞게 친환경농산물을 많이 사용하고, 1인분에 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이용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며칠 전 도청에서 행사를 마치고 그 곳에서 농민 10여명이 함께 식사를 하는데 다들 소고기가 질기다고 툴툴댄다. 그러면서 모아진 의견은 “육우(얼룩소)지 않겠냐”로 정리됐다. 수입소고기를 사용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문 앞에 있는 원산지 표시를 보고 모두 놀랐다. 버젓이 ‘고기 : 호주산’으로 명기돼 있는 것이다. 모두들 입을 맞춘 듯 일시에 욕이 나왔다.

전남도지사는 촛불혁명 문재인정부의 초대 농식품부 장관이다.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나름 농민들과 진지하게 소통하고 협력한 점은 높이 평가됐다.

그런데 장관직을 1년도 채우지 않고 전남도지사로 출마하면서 농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고, 최근 농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진 ‘관직 맛보기’ 문화를 만든 장본인이 됐다.

하여튼 당시 장관시절 나왔던 의제 중 하나는 ‘푸드플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해서 적극적으로 농민단체들과 협의도 했다. 국민의 먹거리에 대해 국가가 계획성을 가져야 하며 공공부문에서부터 우리 농산물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이윤만 생각하면 값싼 수입농산물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고 결국 한국의 농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잘못된 흐름을 바로 잡기 위해 공공부문부터 공공급식으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국가의 중대한 책무이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노동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것처럼, 공공부문부터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식량주권을 높여주는 것으로 촛불혁명의 과제이다. 그런데 전남도지사 자신의 집무실 아래 식당에서 수입소고기가 나돌고 있었다.

도청과 도의회에서 푸드플랜이니, 로컬푸드니, 공공급식이니 하는 고상한 말과 문서가 넘쳐나도, 그 아래의 식당은 수입농산물이 파고들고 있다.

수입소고기 한 덩어리로 전남도의 진정성과 노력이 송두리째 신뢰를 잃은 것이다. 자동적으로 일시에 터져 나온 농민들의 욕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말과 행동의 일치가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된 상황에서 도청 구내식당의 수입소고기는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전국의 공공부문에 대한 우리 농산물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공공기관부터 우리 농산물 사용을 전면화해야 한다. 그리고 병원 등 공공 성격의 시설로 확대해서 먹거리의 독립을 이뤄야 한다.

‘우리 농산물 사용’을 영어로 쓰고 한자로 쓰고 하는 언어의 장난이 아닌 자신의 발아래에서부터 농정개혁, 공공급식을 실현하는 것이 정부 관료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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