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감소가 정말 큰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 입력 2019.09.01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그 유년기를 벗어나고 있는 30대 초반의 한 직장인. 평범한 가정 속에서 부모님의 검소함을 배우며 자란 그는, 보는 사람에 따라선 비상식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액수의 돈을 매달 적금 통장에 넣는다. 그는 비록 고액의 연봉을 받진 못하지만, 미래를 꿈꾸며 완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 성실히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혼란스럽다. 이제는 그저 불안해서 돈을 모은다. 물론 처음에는, 작게나마 ‘이상적인’ 삶에 대한 올곧은 소망이 있었다. 결혼해 자식을 낳고 집을 마련해 늙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어른의 삶이라고 배웠지만, 사회에 던져져 삶의 주체로 첫걸음을 시작한 그는 계속 노력해봤자 자식을 낳는 것도, 언젠가 집을 사는 것도 요원하거나 혹은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는다.

한편으론 자신의 노력을 바치는 조국은 물론이고 살고 있는 지역 그리고 몸담은 조직이 비전을 가진 것 같지도 않음 역시 깨닫는다. 슬슬 악착 같이 돈을 모아봐야 뭣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해서, 그는 당장이라도 행복하고자 단기적인 소비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2018년 합계출산율 1.0의 선이 무너진 것을 보며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한 도시 청년의 모습을 그려봤다. 여성의 결혼과 출산이 필연적인 경력 단절을 부르며, 오직 도시에서 많은 돈을 벌어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에서, 출산율이 또 최하위를 갱신했다며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아 나라가, 사회가, 가정이 위기’라고 늘 이야기한다. 언론에 따르면 지방은 벌써 없어진지 오래다. 그런데, 이것들이 정말 ‘큰 일’일까?

물론 기록적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은 국가적으로 슬픈 일이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이것을 정말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이토록 남의 집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들어서는 정권마다 어처구니없는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는 정부,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기계 부품처럼 노동자를 굴리는 회사들, 큰 맘 먹고 내려온 청년에게 텃세를 부리는 마을 이웃 아저씨까지.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이 일을 별일처럼 생각지 않는 어른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마지노선이 무너졌지만 출산율은 앞으로도 더 낮아지리라 장담한다. 바닥없이 내려가는 출산율은 바로 이런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청년들의 시위며 저항의 결과다. 그럼에도 복지부동하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애써 인생의 방향을 수정하는 청년들에게 그 어떤 말도 얹어 줄 필요가 없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