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나주평야 발바리 치와와…”

  • 입력 2019.07.14 18:00
  • 기자명 최외순(경남 거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외순(경남 거창)
최외순(경남 거창)

16개월 된 막내아들을 데리고 농협에 갔더니 “어머 축하드려요”, “쌍둥이라면서요” 농협직원이 뜬금없는 반색을 하며 축하한다. “엥~ 뭐가요. 제가요? 헉.” 화들짝 놀라, 질색을 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사시는 마을에 그 집 있잖아요. 쌍둥이라면서요?” “아 ㅇㅇㅇ 아저씨네, 정말이요, 잘됐다.” 그제서야 경계하던 마음은 어느새 반가움으로 바뀌어 더 소리 높여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휴, 다행히 이미 아이 넷이 있는 내 얘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경사다. 우리 마을 어느 집에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아이를 보기 힘든 시골마을이고 2살배기 우리 집 막내에게도 동네 동생들이 생긴 셈이니 좋은 일이다. 시골에는 아이가 귀한 만큼 이곳 아이들에게는 한 명의 친구도 소중하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셋째아이는 1학년 1반 1번. 달리기도 1등, 공부도 1등이다. 1학년 학생은 오직 한 명, 무엇을 해도 1등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뭘 해도 1등이네, 선생님한테 과외 받는 거네”라는 전혀 부럽지 않은 부러움을 표한다. 일종의 위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직면해야 하는 엄마의 입장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골에 산다는 것이 미안하고 딱하기가 그지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 셋째는 적응을 잘하고 있고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만족해한다. 학년이 더해 가면 엄마인 나의 고민은 더 깊어지겠지만 현재는 그러하다. 다행히 두 살 막내에게는 학교를 혼자 다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바로 쌍둥이가 생겼다는 그 집 첫째가 세 살인 것이다.

2월생인 우리 집 막내를 조기 입학시키면 이 아이 둘은 같은 학년, 동기생이 된다. 우리 집 남편은 그 집 아빠와 만날 때 마다 선언처럼 약속한다. 이유는 오직 하나 “혼자 학교 다니는 것만큼은 없어야 된다”라는 것이다.

첫째아이 초등학교 입학 때는 12명, 둘째아이 입학 때는 5명, 셋째아이 입학 때는 1명. 농촌의 아이들은 표 나게 줄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농촌은 쇠락할 것이다. 근본적인 접근과 대책 없이는 답도 없어 보인다. 이 심각함을 위정자들은 알고는 있나. 느끼고는 있나.

흙을 파고, 풀을 뜯어 비벼보고, 먹어보고, 논두렁을 질주하며 깔깔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사람은 분명 흙에서 먹이를 구하고 자연 속에서 행복해 한다. 농로를 따라 냅다 언덕으로 달려가 아래 마을과 건너편 산, 강줄기, 들녘을 바라보며 서슴없이 “나주평야 발바리 치와와”를 외치는 아이들.

야심과 욕망이 가득한 자본에 신음하는 농촌이 되었지만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라이온킹>의 어린 심바가 그랬듯 의욕 충만한 ‘품바’와 ‘티몬’과 같은 친구들과 함께 농촌에서 희망을 찾고, 생명의 근원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참세상, 농민세상 일궈가는 여성농민으로 엄마는 새로운 시대, 너희들의 시대에는 먹을거리의 가치가 넓게 공유되고 농업이 대접받고, 농촌이 든든한 곳이 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을 거야. “기억해라. 네가 누군지.”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