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도 하나의 축종으로 가치 인정받길”

[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 패러다임 전환을 ]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 ③

  • 입력 2019.07.14 18:0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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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국산 꿀도 뉴질랜드 마누카꿀 못지않은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엔 꿀 품질관리 주체가 없고 국산 꿀의 특성을 살릴 연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죠. 사육환경도 열악하지만 방역과 유통 어디에도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어요. 양봉육성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지난 5일 경기 북부의 한 산자락에서 류재광 한국양봉협회 충남지회장을 만났다. 류 지회장의 집은 충남 아산이지만 매년 유밀기가 되면 꿀을 얻기 위해 충남을 벗어나 경상북도와 경기도까지 쉴 새 없이 옮겨 다닌다. 국내 양봉농가들은 보통 5~6월 두 달 동안 아카시아꿀과 야생화꿀, 밤꿀 등을 얻는다. 류 지회장은 올해 야생화 꿀을 생산한 곳에서 2년에 한 번 얻을 수 있는 헛개꿀을 받느라 유밀기간이 열흘 정도 길어졌다.

지난 5일 류재광 한국양봉협회 충남지회장이 벌집에 모인 헛개꿀을 확인하고 있다. 류 지회장은 때를 맞춰 지역을 옮겨다니며 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류재광 한국양봉협회 충남지회장이 벌집에 모인 헛개꿀을 확인하고 있다. 류 지회장은 때를 맞춰 지역을 옮겨다니며 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양봉 전업농의 경우 매년 유밀기가 되면 꿀을 따라 이렇게 지역을 옮겨 다닌다. 기후 특성상 1년에 딱 2달 동안 채취하는 벌꿀과 그 부산물이 이들에겐 유일한 소득이기 때문이다. 또 조성된 밀원이 부족한 탓에 한 지역 안에서 다양한 꿀을 채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밀기에 집을 떠난 양봉농가들은 대부분 벌통 주변에 마련한 평상에 천막을 치고 지내거나 텐트 생활을 한다.

최근 양봉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양봉육성법(가칭)」제정이다. 류 지회장은 “양봉산업은 과소평가됐다고 생각해요. 20여년 전에 4,000억~5,000억원 규모로 평가받았는데 요즘도 그 정도로 보거든요. 현재 계류 중인 양봉육성법 초안을 만들 당시 ‘양봉산업의 규모를 5,000억원으로 본다면 그 공익적 가치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 교수가 말했는데 가치를 인정받은 건 그 때가 처음이었죠”라며 “생산액을 기준으로 산업규모가 적다고 평가를 받으니 (소·돼지·닭 등 주요 축종에 밀려) 무언가를 요구해도 늘 정책에서 소외되기 일쑤였고 관련법도 없으니 사육환경뿐 아니라 방역이나 유통에 체계를 마련할 수도 없었죠”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에는 벌집에 들어가 꿀·화분·애벌레를 먹고 벌까지 죽이는 ‘작은벌집딱정벌레’가 국내에 유입돼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류 지회장은 “방역을 하려고 해도 무슨 제도가 있고 기준이 있어야죠. 그저 약을 뿌리는 게 유일한 대응이었고 속수무책으로 딱정벌레가 번져나갔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판로도 양봉농협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면 농가가 모두 직접 개척해야 한다. 양봉농협이 보통 드럼(288kg)당 270만원에 사들이는데 이는 일반 매장에서 2.4kg 한 병을 5만원 정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농가의 설명이다. 그나마 로컬푸드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농가는 좀 더 나은 환경에 있는 것이라고.

또 현재 국산 꿀은 정부차원의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양봉협회가 사무실 옆에 작은 검사실을 마련해 검사필증을 붙여주는 정도의 업무를 맡고 있다. 뉴질랜드가 정부차원에서 마누카꿀을 보호·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도 되지 않는 현실이다.

류 지회장은 “방역이든 유통이든 육성법이 생겨야 그걸 토대로 하나하나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어요. 밀원단지 조성이나 꿀을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드럼통 교체사업도 당장 시작해야 하고요. 양봉업도 하나의 가치 있는 축종으로 인정받기를 기다릴 뿐입니다”라며 양봉업과 그 가치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인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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