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외면한 농협의 미래는 없다

  • 입력 2019.06.3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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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교수를 통해 들은 네덜란드 북프리지아숲의 지역협동조합 사례는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농업과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보여줬다.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저항해야 하고 함께 협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업·농촌에서 협동조합을 이야기하면 농업협동조합, 농협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농촌사회에서 농협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농협은 농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금의 농업협동조합을 떠올리면 부정적인 평가가 강하다. 농협이 농업과 지역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크나큰 비중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현재 농협에서 농민은 주인이 아닌 고객일 뿐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것을 기본목적으로 한다. 농협의 조합원인 농민은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제대로 판매하기를 가장 원한다. 제값 받는 농산물 가격은 농민들의 오랜 바람이고 정당한 권리요구였다. 그러나 현실은 제값 받는 가격 보장은커녕 조합원의 생산물을 팔아줘야 한다는 의무도 저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양파에 이어 마늘까지 가격폭락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생산면적은 줄어들었지만 작황이 좋은 것이 원인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편한 논리이다. 생산량이 늘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이 폭락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생산을 미리 예측하고 수급조절의 의무를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가격폭락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수급조절에 대한 책임을 다 하지 않았고 농협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10% 정도에 불과한 계약재배물량으로는 수급조절을 할 수 없다.

시장에서 가격교섭력을 가지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다. 가격교섭력을 가지면 가격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농민을 조직화해서 물량을 확보하고 시장교섭력을 가지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 곳이 바로 지역농협이다. 하지만 농협이 손익을 따지며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동안 이익추구가 우선인 곳에서 농산물 가격을 좌지우지하게 됐다.

기나긴 세월동안 농협의 제 역할에 대해 말해왔지만 농협은 변하지 않았다. 농협이 거대화되면서 조합원의 참여는 낮아지고 판매사업보다는 조직의 유지 자체를 우선시했다. 농협이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을 최우선하고 그들과 항상 함께 했다면 아마 지금의 농업은 훨씬 더 나은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농협이 지역의 농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농민들은 농협의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 정작 농협은 농민들이 겪는 문제가 자신들의 문제라 여기고 대응하고 있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농민과 같은 곳을 보고 함께 가지 않으면 농협의 존재는 의미가 없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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