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외국인노동자 차등임금 주장 … “정치 지도자 자격 없어” 비난 쏟아져

“외국인노동자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 없어” 혐오조장 논란

  • 입력 2019.06.22 22:08
  • 수정 2019.06.23 19:0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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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국인노동자 차등임금 적용 주장에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 상실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1미터 이상 자란 오이 줄기를 유인줄에 매달고 있는 모습이다. 한승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외국인노동자 차등임금 적용 주장에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 상실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1미터 이상 자란 오이 줄기를 유인줄에 매달고 있는 모습이다. 한승호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농촌의 인건비 상승 문제를 구실로 최저임금법 개정에 나선 가운데 당대표가 앞장 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금 차등지급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를 찾아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해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라며 “법 개정을 통해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한 근로기준법 제6조에 명확히 어긋나는 내용일뿐더러,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이다.

무엇보다도 외국인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이 없다는 의견은 특정계층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현실과 심히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여당은 물론 야3당이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는 등 ‘공당의 대표 자격이 없다’는 여론마저 나돌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ILO에서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한 것은 20세기 ‘대학살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라며 “역사를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으나,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국민 다수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애초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단순노동을 담당할 인력이 부족했던 시기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음을 생각하면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 단순노동이 대량으로 필요한 분야들, 특히 농업 부문에서는 ‘외국인이 없으면 농사 자체가 안 된다’는 말이 나도는 지경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4년 외국인노동자가 고용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 이들 없이는 식량 생산에 차질을 빚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황 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 이전부터 이미 외국인에 대한 ‘임금차별’을 주장해왔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난 13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이완영 전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칠곡·성주·고령)은 지난 2월 8일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최초 근로 시작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최대 30%를 감액하고, 그 후 다시 1년 동안 20%까지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같은 당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은 한술 더 떠 지난 18일 같은 법에 대해 ‘언어구사능력이 떨어져 농업, 임업 및 어업 등의 분야에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사유로 근로능력 및 노동생산성이 낮은 자에 대하여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이 두 법안에 공동 발의로 이름을 올린 의원 23인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황 대표의 발언이 등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농가의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들었으나 사실 이 역시 현장의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 단기 근무를 허용하지 않는 고용허가제의 한계 때문에, 1년 내내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소수의 대형 시설농장이나 축사를 제외하고는 임금이 차등 지급 된다고 해서 인건비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영태 고창군농민회 정책실장은 “대다수 외국인 농촌노동자는 미등록 노동자다. 거주여건마저 열악해 일부는 자기들 돈으로 숙소에 냉방기를 설치하기까지 한다”라며 “땡볕에도 땀 흘리며 농민들과 함께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전혀 안쓰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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