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유통·소비자 변화 아우르는 동물복지 전환 정책 마련해야

생산에서 가치로, 축산 패러다임 전환을 ]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③
[좌담회] 동물복지는 축산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 확산 동의하지만 시간 필요해

  • 입력 2019.05.26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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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축산업이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는 인식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그 중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올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동물복지에 관한 관심이 사회의 공익에 부합하는 결론을 만들려면 정부와 현장의 축산농민, 동물복지단체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깊은 논의를 계속 해야 할 것이다. 본지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주최한 좌담회가 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Ⅰ. 풍요 속의 빈곤, 축산이 위태롭다

Ⅱ. 흔들리는 축산, 이정표가 필요하다

Ⅲ. 축산을 지켜야 밥상주권 지킨다

동물복지가 축산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논의해 보는 자리가 지난 21일 본지 주최로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의 변화를 아우를 수 있는 동물복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동물복지가 축산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논의해 보는 자리가 지난 21일 본지 주최로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의 변화를 아우를 수 있는 동물복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
심증식 본지 편집국장

심증식: 우선 농장동물에 동물복지가 적용돼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논의를 했으면 한다.

조희경: 국내에서만 연간 10억마리 이상의 농장동물이 도축된다. 인간을 위해 인간에 의해 희생되는 것이다. 인간이 이 생명체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하기에 농장동물에 복지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윤: 동물도 인간과 같이 희로애락을 느낄 줄 안다. 어차피 먹게 될 동물이니 복지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먹는 동물이기에 더 적극적인 동물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도헌: 농장동물이라 부르기보다 경제동물이라 불러야 한다. 반려동물인지 경제동물인지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따라 정의된다. 경제동물은 소유주가 동물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반면에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기쁨을 준다. 그런데 이 기쁨보다 비용이 더 크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 비용의 문제에선 공통된 문제라고 본다.

김기연: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동물보호법 29조에 동물복지의 개념이 도입됐다. 동물이 본래의 습성 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 축산농장은 동물복지의 개념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소비자와 생산자 간 사회적 합의에 의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김기연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
김기연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


심증식: 동물복지 실현을 위해 축산농민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나?

황윤: 강원도 산골농장을 가보니 흑돼지 200여 마리를 자연적인 환경에서 키우더라. 이 농장처럼 모든 농장을 소규모 농장으로 바꿀 순 없겠지만 전체 사육두수를 줄여야 한다.

이도헌: 축산만의 문제라기보다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 전반의 문제도 있다. 측은지심이란 보편적인 관점과 사람의 인권이라는 기초가 중요하다. 그 안에서 소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방목이 과연 동물복지에 부합하는지 친환경적인지도 고민하고 있다. 여름이 되면 방목한 돼지들은 더위에 힘들어 한다. 분뇨가 땅에 흘러가면 토양오염을 부를 수도 있다. 또, 국내 규정을 보면 가급적이면 축사채광에 자연광을 추천하고 바닥에 깔짚이나 톱밥을 깔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맞다고 보는가? EU 가이드라인을 보면 축사는 밝아야하고 바닥은 깨끗해야 한다고 하고 그 기준은 각국에 맞게 규정돼 있다.

원범식: 막상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해도 근본적인 개념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농장의 규격이나 횃대 높이처럼 수치로만 규제한다. 인증을 받으려면 농장을 리모델링해야 하는데 유정란농가를 가보면 1,000마리 미만을 사육하는 농장도 있고 산속에서 전기도 없이 사육하는 농가도 있다. 이들은 인증기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원범식 합천유정란협회장
원범식 합천유정란협회장

가이드라인을 세분화해 사육방식별로 인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인증은 호미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데 포크레인을 사야 할 형편이다.

조희경: 산업화 이후 축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어느 정도 균형에 맞는 방식 대신 생산성 향상 일변도로 축산이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동물에 가혹한 조건을 가져가면서 동물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반성이 나오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면서 사회운동이 된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최근 관행축산은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어서 오늘의 관행축산을 확인해봐야 한다. 그래서 축산농민들이 본인들의 농장을 적극 개방해 환경을 보여줬으면 한다.
동물복지에 대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라 높이는 개념이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성을 총 물량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이 좋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나오는 생산성을 논해야 할 것 같다. 밀집사육에 비해 투자대비 가격이 보전돼야 할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운동을 하는 것이다. 축산농민도 1,000마리를 키우다 700마리를 키우면 덜 신경쓰는만큼 비용을 받았다고 인식하면 적절한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전중환: 동물복지농장은 관행농장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최대한 대체시설을 연구해 생산성을 맞추려했지만 80% 수준 밖에 맞추지 못한다. 그리고 초기투자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심증식: 그렇다면 동물복지 실현에 따르는 생산성 저하와 가격 상승 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나?

김기연: 2010년 동물복지형 축산의 경제성 분석에 대한 정책용역 결과를 보면 관행축산에 비해 생산비가 크게 상승하지 않으며 인증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하면 수익성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조사됐다. 다만, 사육체계 변경에 따른 추가 투자비가 크게 요구되며,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

2017년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농장동물의 동물복지가 현재보다 향상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85.3%로 나타났으며 가격이 비싸도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70%로 조사됐다. 국민들의 동물복지에 관한 인식 수준이 많이 올라온 것이다.

심증식: 소비자가 의식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도 그 시장은 늘어나지 않고 줄어들고 있다.

이도헌: 핵심은 소비자들이 생산과정을 아는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축산이 동물복지쪽으로 방향이 가야겠지만 기본부터 다지며 우선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원범식: 10년간 유정란직거래를 해왔다. 소비자들은 친환경농산물이든 동물복지축산물이든 다 좋은 먹거리로만 인식하는데 그건 부차적인 것이다. 친환경인증은 가급적 자연을 덜 해치며 생산하는 걸 뜻하고 동물복지도 동물친화적인 사육을 한다는 의미이다. 좋은 먹거리 생산에 따르는 부차적인 사안인데 소비자들은 이 부차적인 점에 집중한다.
밀집사육을 하는 이유는 유통이 거의 단일화됐기 때문이다. 직거래 로컬푸드를 할 수 있다면 소규모 농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은 대형유통업체에 맞춰 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정부가 소농을 장려해야 하는데 현재 농정기조에선 정작 강소농이 살아남을 수 없다.

황윤: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난 뒤 산란계 케이지 수당 면적기준을 0.05㎡에서 0.075㎡로 늘렸다. 그런데 이걸 동물복지라 할 수 있겠나. 유럽은 2012년에 베터리케이지 사육을 금지했다.

전중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박사
전중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박사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가 번지면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해 왔다. 국민들이 밀집사육으로 낮은 가격에 축산물을 구입했지만 진짜 낮은 가격을 지불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환경오염 등을 생각하면 우회적으로 밀집사육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축산분뇨도 현재 감당할 수 있는 양인지 묻고 싶다. 많은 농촌주민들이 축산악취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결국 사육두수 문제를 봐야하지 않는가? 연간 돼지는 1,500만 마리, 닭은 8억 마리, 소는 75만 마리를 먹고 있다. 이렇게 많은 가축을 키우는 한 동물복지는 불가능하다.

원범식: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한 대책으로 식용란선별포장업을 만들었는데 되레 동물복지 농장은 문을 닫아야할 지경이다. 살충제를 막겠다고 만든 제도로 살충제를 치지 않는 농장이 문을 닫게 생겼다. 이렇게 정부대책이 현실과 맞지 않다.

김기연: 물론 설문조사만을 신뢰하긴 어렵다. 선진국은 동물복지 축산물을 논의할 때 소비자와 생산자뿐 아니라 유통업계와도 함께한다. 그래서 유통분야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동물복지 축산물로 유통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오늘 좌담회엔 유통업계에서 오진 않았는데 다음에는 유통분야도 논의를 했으면 한다.

심증식: 끝으로 지속가능한 축산에 대한 구상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전중환: 동물복지 강화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소비자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본다. 또, 생산자 입장에선 너무 변화가 빠를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동물복지에 지나친 환상을 가지는 것도 금물이다. 유럽도 수급조절이나 국가간 무역장벽으로 활용하는 등 나름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우리 조건에 맞는 동물복지를 추구해야 할 것 같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이도헌: 동물복지에 관한 정부인증뿐 아니라 민간인증도 가능했으면 한다. 그래야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하면서 함께 구체적으로 동물복지를 실행하는 틀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그 연장선에서 동물보호운동을 하는 관계자와 정부 당국자가 생산자와 함께 축산현장을 찾았으면 한다.
 

황윤 감독
황윤 감독

황윤: 가축의 원래 의미를 복기해야 한다. 예전의 가축은 집에서 식구들과 살면서 농경지를 비옥하게 하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고기생산기계로 전락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복지와 사람복지가 연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동물복지를 고려해야 소비자에게도 좋고 장기적으로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
동물복지 확대의 돌파구는 학교급식이라 생각한다. 어느새 친환경급식이 보편적인 상황이 됐다. 동물복지축산물을 학교에 공급하면 산업계에도 도움이 된다. 또, 학생들이 동물복지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된다면 이후에 적극적인 동물복지축산물 구매자가 될 것이다.

김기연: 축산의 가치가 효율성 위주에서 동물의 건강과 소비자 보호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축산의 역할은 효율적인 생산자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혁신의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축산은 안전식품, 환경보전, 동물보호를 모두 만족하는 개념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소비자, 동물보호단체, 생산자,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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