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정신, 자주·민주·통일로 이어나갈 것”

농민들, 125년 전 첫 승전지 황토현서 동학혁명 계승 결의대회 개최
광화문에선 동학혁명 125주년 기념식 … 정부주도 첫 기념행사
이낙연 총리 “촛불항쟁의 뿌리가 동학혁명 정신에 있다” 강조

  • 입력 2019.05.19 21:30
  • 수정 2019.05.23 13:27
  • 기자명 한승호·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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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북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전적지 내 갑오동학혁명기념탑 앞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계승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동학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 11일 전북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전적지 내 갑오동학혁명기념탑 앞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계승 결의대회’에서 농민들이 동학농민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제 125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의 3막 '다시 피는 녹두꽃' 순서에서 평화의나무합창단, 역사어린이합창단, 극단 '경험과상상'이 합동으로 갈라공연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를 펼치고 있다.
125년 만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이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주도로 개최됐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한우준 기자]

125년 전 척양척왜(斥洋斥倭), 보국안민(輔國安民), 제폭구민(除暴救民)의 기치를 세우며 봉기했던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맞선 첫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던 황토현에서 올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결의대회가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민중당 주최로 열렸다.

지난 11일 전북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전적지 내 갑오동학혁명기념탑 앞에서 열린 ‘동학농민혁명 계승 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125년만에야 비로소 그날의 농민군이 내걸었던 불멸의 기치를 국가의 이름으로 기리고 추념할 수 있게 됐다”며 “오늘날 자주·민주·통일의 기치로 계승된 그날의 혁명정신을 이어받아 승리의 그날까지 숭고한 역할과 임무를 다해 나갈 것”이라 다짐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1894년 당시 농민들이 무엇 때문에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일어섰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나라가 어렵고 민중이 힘들 때마다 농민들은 일을 해내고 만들어갔다”며 “현재도 마찬가지다. 자주통일과 이 나라의 질서를 만들어 가는 데 농민들이 앞장서고 있다. 전봉준투쟁단과 최근의 통일트랙터가 그렇다. 농민들의 힘이 머지않아 남북통일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은 갑오동학혁명기념탑 앞에서 채택한 결의문에서 “125년 전 농민들은 비록 최후의 승리자가 되지 못했지만 조선의 근대를 열었고 그 정신은 면면이 이어져 역사의 구비마다 찬연한 불꽃으로 부활했다”며 “동학농민혁명의 직접적 계승자로서 혁명정신을 이어받아 힘차게 전진하자”고 의지를 모았다.

한편 서울 광화문에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기리는 첫 국가기념일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민주주의의 길을 가겠다고 동학농민혁명의 선조들 앞에서 함께 다짐하자”고 독려해 의미를 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같은 날 서울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시민 1,000여명과 함께 제125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 ‘다시 피는 녹두꽃, 희망의 새 역사’를 진행했다. 지난 2월 19일 국무회의에서 황토현 전투 승전일(5월 11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열린 첫 국가기념식이다.

이번 기념식은 서막 ‘천지가 울리다’, 1막 ‘백성이 하늘이다’, 2막 ‘국민이 주인 되어’, 3막 ‘다시 피는 녹두꽃’, 폐막 ‘대동의 세상으로’ 순서로 장막극의 형식을 빌렸다. 실질적인 기념식이 진행된 2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은 동학농민혁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공연에 할애됐다. 특히 제폭구민과 보국안민의 정신을 담은 ‘무장포고문’이 배우 양준모를 통해 광화문에서 낭독돼 의미를 더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기념사에선 동학농민혁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 변화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 총리는 “사람을 하늘처럼 받드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의로운 혁명이 125년 만에 비로소 합당한 인정을 받게 됐다”라며 “동학농민혁명은 대한제국 시절과 일제강점기에 비적이나 폭도의 반란이었던 것처럼 매도됐다. 해방 조국에서도 한동안 ‘동학란’으로 불렸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동학농민혁명은 우리의 반만년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넓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민중항쟁이었고, 그것은 내용에서도 규모에서도 서유럽의 근대혁명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라며 “우리나라 최초의 반봉건 민주주의 운동이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개혁운동이었으며, 또한 최초의 반외세 민족주의 운동이었다”라고 특별히 언급했다.

이 총리는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해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지난 2016년의 촛불항쟁과 동학농민혁명 사이의 연결을 분명히 했다. “(동학농민혁명군 인사들이 주도한 3.1독립만세운동 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4.19혁명도, 5.18 민주화운동도, 6월항쟁도 동학정신에 뿌리를 뒀다고 저는 믿는다”라며 “2016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속된 촛불혁명도 잘못된 권력을 백성이 바로잡는다는 동학정신의 표출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우리는 동학농민혁명 이후 계속된 국민의 투쟁과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라며 “그렇게 하겠노라고 동학농민혁명의 선조들 앞에 함께 다짐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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