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앞 염소 농가, 농식품부로

올해 FTA 피해품목 지정·전량 수매·소비촉진 등 촉구

  • 입력 2019.05.19 17:38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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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생존에 절박함을 느낀 염소농가들이 정부에 염소를 반납하겠다며 모였다. 올해 FTA 피해지원 품목에서 염소가 제외됐고 지난해 농식품부가 약속했던 원산지 단속·혼합비율 표시제·협회 정상화·소비촉진 행사 등이 전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염소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안태붕, 염소비대위)는 지난 1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염소반납투쟁을 전개했다. 염소비대위는 “2014년 12월 한-호주 FTA를 체결하면서 국내 염소 농가들은 급증한 수입염소 탓에 벼랑으로 내몰렸다. 이에 가격 하락으로 도탄에 빠진 염소 사육농가를 보호해달라는 농가의 항의에 2018년 6월 염소를 FTA 피해품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도리어 정책 미비로 가격하락 및 거래시장 붕괴를 초래했고 염소 거래 중단 사태까지 낳았다”며 절박함을 전했다.

전국염소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염소반납투쟁을 전개했다.
전국염소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염소반납투쟁을 전개했다.

염소비대위에 따르면 FTA 체결 전인 2013년 900톤이던 수입량은 2017년 1,754톤으로 2배 가량 증가했고 산지가격도 2015년 66만원(거세·생축 60kg)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엔 3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생산비 원가 48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이에 △염소를 2019년 FTA 피해품목으로 지정 △염소 전량 수매 △타 축종과 동등한 정책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 농식품부와의 소통에서 한계를 느낀 농가들의 울분도 터져나왔다. 한 농가는 “항의를 하려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를 할 수 없었다. 겨우 연락이 닿아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하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과태료를 무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하더라”며 “농가 수가 적다고 무시하는 것인가. 우리가 한우나 한돈 같았으면 이렇게 취급했을까 싶다”고 한탄했다. 다른 농가도 “농식품부 담당자를 질책했더니 농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농가와 농식품부 사이에 깊어진 갈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 함평에서 올라온 김명조(65)씨는 양파농사를 짓다가 생계가 좀 나아질까 싶어 친척을 따라 염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김씨는 “지난해엔 양파가 병들어서 고생했는데 가격까지 안 좋았고 올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염소까지 이렇게 말썽이니 그냥 답답할 뿐이다. 농식품부 담당자가 나와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며 말을 흐렸다.

집회가 지속되자 농식품부가 나름의 응답을 했다. 염소비대위 대표로 5농가와의 면담을 결정한 것. 어렵게 주어진 면담에서 염소농가들은 한시간 반 동안 지난해부터 농식품부에 요구했던 내용들을 재차 설명하고 요구했고, 지난해 이개호 장관이 했던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은 것을 질책했다.

이주명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사무관과 주무관이 다른 업무도 담당하고 있어 바빴고 그로 인해 응대가 미흡했던 점을 이해해 달라. 앞으로 농가와 더 원활히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난해 약속했던 내용들에 대해서는 다시 살펴볼 것이고 FTA 지원품목 내용에 대해서도 담당사무관을 통해 이의신청내용을 들어보겠다. 다만 인사이동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FTA 관련 내용의 경우 내 권한이 아니어서 확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염소비대위는 “실효성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줄 알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면담 후 염소비대위는 농가들이 작성한 2019년 FTA 직접피해보전제 지원 대상 품목 고시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신청서 102장을 농식품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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