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대책이란 게 왜 이런지

  • 입력 2019.05.12 18:00
  • 수정 2019.05.12 21:4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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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쇠 귀에 경 읽기.’ 이른바 FTA 직불금 제도를 두고서 하는 말이다. 매년 FTA 피해 품목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피해를 인정받아도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받아도 고쳐지질 않는다.

농식품부가 지난달 행정예고한 FTA 직불금 대상품목은 귀리와 목이버섯 뿐이다. 겨우 이 2품목만 FTA 피해를 받았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염소는 총수입량이 감소해서 직불금 대상품목에서 제외됐고 아로니아는 분말 형태로 수입되는 물량은 수입량으로 인정하지 않아서 탈락했다. 계란은 수입기여도가 낮아서 FTA 직불금을 받지 못한다. 매년 이런 식이다.

정부는 여러 FTA를 체결하면서 늘 농업이 입는 피해에 대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혀왔다. 그 대책이란 게 피해를 인정받으려면 각종 기준을 충족하라거나 아예 법적 근거도 없는 수입기여도를 끌어오는 걸 의미한건가.

영연방(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FTA 대책으로 내놓은 도축장 전기요금 20% 할인 대책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농민들에겐 온갖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라던 정부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도축장의 전기요금을 10년간 20% 할인해준다.

전기요금 20% 할인 혜택은 도축장뿐 아니라 도계장도 같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영연방 3개국에서 닭고기를 얼마나 수입하길래 이런 혜택을 퍼주는건가.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통계를 확인해보면 지난해 닭고기 수입물량 12만6,114톤 중 호주에서 96톤을 수입했다. 2017년도엔 닭고기 수입물량 10만2,881톤 중에서 310톤을 호주에서 수입했다. 뉴질랜드, 캐나다 닭고기 수입 실적은 아예 없다.

농민에겐 온갖 불합리한 기준을 들이대며 FTA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기업에겐 이처럼 관대하기 짝이 없다. 특히 규모가 큰 대기업에게 더욱 그러하다.

황주홍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실이 산자부에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요금 20% 할인을 받은 도축장은 총 168곳이다. 이 중 연간 전력사용량이 많은 사업장 1~4위를 도계장이 독식했다. 이 4개 도계장만 따져도 지난해 약 28억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아 전체 할인금액의 16.2%를 점유했다.

이 수치가 무엇을 뜻하나. 육계분야를 독과점하고 있는 대형계열화업체들에게 실질적인 수혜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가.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외면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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