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물류의 충격적 농산물 배송

  • 입력 2019.04.21 18:00
  • 수정 2019.04.21 22:0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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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농협물류 규탄 기자회견’을 연 화물노동자들이 김병원 회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6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농협물류 규탄 기자회견’을 연 화물노동자들이 김병원 회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물류가 최근 농산물 등의 배송 과정에서 냉장·냉동차량이 아닌 일반 승용차와 위험물·유해화학물질운반차량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비정상적 운송으로 변질된 농산물이 배송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은 농협물류가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농협안성물류센터)에서 수년간 배송을 맡아온 화물노동자들을 계약해지하며 대체차량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본부)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물류에서 위험한 식자재 배송이 벌어진 까닭을 폭로했다.

기자회견에서 농협안성물류센터에서 배송을 담당한 화물기사, 이른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농협물류 관리자들이 운송 물량이나 이동거리 등을 결정하는 배차권한을 두고 이른바 ‘갑질’을 벌였다고 밝혔다. 금품이나 성접대 요구까지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배차반장’ 완장을 찬 같은 기사로부터 보복배차가 두려워 상스러운 말까지 감수해야 했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운송료도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며 고용불안에 떨어온 이들이 화물연대본부의 문을 두드려 노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지난 2월부터 화물연대본부에 가입해 노조 설립에 나섰고, 지난달 31일인 재계약 기간을 앞두고 농협물류와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농협물류는 화물연대 탈퇴, 단체행동 금지 등을 전제로 이를 어길 시 계약해지 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시하며 이에 대한 서명을 종용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농협물류는 지난달 31일자로 조합원 71명을 포함, 81명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농협물류는 농협안성물류센터를 잠정 폐쇄하고 인근 물류센터에서 대체차량을 동원한 배송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배송차량 문제를 발견한 노동자들이 경찰의 단속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배송 경호를 해주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자체에 신고도 해봤지만 묵묵부답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동자들은 현행 법 위반소지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냉장식품은 반드시 냉장보관·보존하도록 정하고 있고, 실온유통을 금지한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시정명령·영업정지·허가취소에 이르는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노조한다는 이유로 안전한 먹거리의 운송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을 내쫓고 그 빈자리를 우격다짐으로 메우다 보니 불법과 위험을 담보한 운송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법제도가 미비한 틈을 이용해 농협물류는 화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막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농협물류는 즉각 화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위험한 운송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농협물류 관계자는 “편의식품은 없고 대부분 농산물 원물이라 실온에서도 문제가 없다. 배송엔 원칙적으로 냉장차량을 이용하고 있고, 일반차량이나 화학물질운반차량을 이용한 적이 없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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