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민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나? 훼손하고 있나?
[농정춘추] 농민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나? 훼손하고 있나?
  • 김태연 단국대 교수
  • 승인 2019.04.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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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단국대 교수

지난해 개헌논의 과정에서 농협이 추진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 헌법반영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라는 용어가 농정개혁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쌀 목표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해서 목표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공익형 직불제와 관련해서는 공익적 가치를 반영한 직불금 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최근 농민수당 논의에서는 공익적 가치를 반영해서 농민수당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농업생산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보편적 인식이 형성됐다고 판단해도 좋을 것 같다.

많은 농민들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농업과 농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농민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여러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우선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제3조(정의) 9항에서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으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수자원의 형성과 함양·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생태계의 보전 그리고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 등의 6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의 공익기능을 농민들이 농업 생산과정에서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돼야 목표가격 인상이나 직불금 지급 또는 농민수당 도입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6가지 각각에 대해서 농업이 일정한 긍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음을 모든 국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은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공급하는 농업의 기본적인 기능이며, 유사시 식량안보의 위기 상황에 대비해 일정한 공급능력을 유지해야 함을 모든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또한 농업생산과정에서 농민들이 국토의 환경과 경관, 수자원, 토양, 생태계 보전 및 농촌 전통문화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도 많은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런 농민의 역할에 대한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일견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부의 보상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러한 6가지 기능을 서로 연계시키면 농민의 활동은 다소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기술과 농약과 비료 등 투입재를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데 이런 화학적 투입재들이 수질, 토양,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 또한 많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현대적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등을 설치하면서 농촌경관을 새롭게 바꾸고 있으며, 그 결과로 얻어진 증가된 생산량은 개별 농민의 이익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추진하면서 농민의 개인적인 이익은 증가하지만 공적인 혜택은 훼손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농민들이 농촌의 환경, 경관, 수질, 토양, 생태계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농업활동을 수행하도록 장려하면, 외부 투입재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농업생산방식을 폐기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변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쌀과 같은 특정 작물에 편중된 농업활동도 기피하게 된다. 왜냐하면 공급량이 많은 상품은 그 시장가격이 하락해 원하는 만큼의 소득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농민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건은 농민이 창출한 환경, 경관, 수질, 토양, 생태계 보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농민의 공익적 가치 창출 활동에 대한 보상은 이 부분에서 주장돼야 한다. 즉, 농민들이 식량 공급량 증대를 통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국민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자연환경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댓가를 정부에서 지불하도록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모든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러니하게도「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제6절(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에서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공익기능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개념을 잘 정의하고 있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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