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문제, 농업정책 바뀌어야 풀린다

내년 3월 이후 퇴비 부숙도 기준 검사 … 교육·홍보 없어 혼란 불가피

가축분 퇴·액비 사용 농가에 공익형 직불금 지급 등이 해법 될 수도

  • 입력 2019.04.21 18:0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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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가 10년을 넘기며 반복되고 있지만 가축분뇨의 가치는 같은 기간 축산농가와 자원화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과 비례하게 상승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7일 국회도서관에서 ‘가축분뇨자원화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내년부터 전면 적용되는 부숙도 기준 검사를 비롯해 자원화시설 확충 및 가축분 퇴·액비 수요처 확대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17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가축분뇨자원화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7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가축분뇨자원화 활성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부숙도 기준 적용, 현장 혼란 우려

내년 3월 25일 이후 농가형 퇴비 부숙도 기준이 전면 적용된다. 부숙도란 퇴·액비의 원료가 퇴·액비화 과정을 거쳐 식물과 토양에 대해 안정적인 반응을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5년 환경부는 농가형 퇴액비의 품질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퇴비액비화기준 중 부숙도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근거로 축산농가 및 재활용신고자는 생산하는 퇴액비의 부숙도를 검사받도록 했다.

액비의 경우 이미 전면시행이 되고 있는데 허가대상 배출시설 설치자, 재활용신고자 및 가축분뇨처리업자가 설치한 자원화시설의 액비는 2017년 3월 25일부터, 그 외 자원화시설은 지난달 25일부터 부숙도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내년 3월 25일 이후에는 배출시설 설치자가 설치한 퇴비화시설과 재활용신고자·가축분뇨처리업자가 설치한 퇴비화시설에서 생산되는 퇴비에 대해서도 부숙도 기준이 적용된다. 해당 기준을 위반하면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부 현장에서 부숙도 검사 방법, 검사기관 부족, 농가에 대한 교육·홍보 부족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전면시행 후 혼란이 예상된다. 게다가 환경부가 고시를 폐지하거나 개정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기한을 지난해 7월 16일까지로 한정해둔 것을 고려하면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홍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 환경부가 “가축분뇨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가축분뇨의 적정한 처리를 위해 노력하는 농가에 적극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발언하며 규제만 강조하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올해부터 내년까지 2개 지역을 선정해 ‘지역단위 양분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해 경축순환 활성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미 환경부 유역총량과장은 “수요처가 있다면 가축분뇨로 퇴·액비 또는 에너지를 생산해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적절하지 못한 관리·방치, 저품질 퇴·액비, 과잉살포 등으로 인한 악영향도 발생하고 있어 축산농가 등이 부숙도 기준과 같은 법적 품질기준에 적합한 퇴·액비를 생산하도록 지도와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가축분뇨 퇴·액비 소비 확대가 핵심

토론회에 참가한 한 축산 관계자는 “가축분뇨자원화 활성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분뇨가 아니라 비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가 화학비료를 대신하도록 농업정책 차원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농협은 지역 농축협을 통해 자원화시설을 구축, 가축분뇨 처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자원화시설의 노후화 및 신규 시설 설치 난항 등의 이유로 지난해 전국 78개 농축협 자원화시설이 처리한 분뇨의 양은 1,521톤에 그쳤다. 지난해에만 4만8,640톤의 가축분뇨가 발생했는데 농협은 3.1%만을 처리한 것이다. 자원화시설의 노후 및 부족보다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가 제 때 소비되지 못하는 것이 가축분뇨 처리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조재철 농협 축산경제 친환경방역부장은 “1 지역축협 1 자원화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신규 진입 축협은 각종 인허가문제로 시설을 짓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자원화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조합은 퇴비 가격경쟁력 약화 및 판로부족 등으로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가축분뇨를 처리할 자원화시설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가축분뇨 활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축순환 목적 자금이나 지역 내에서 생산된 가축분뇨 퇴·액비에 대한 지자체 보조금 추가지원, 가축분뇨 퇴·액비를 사용하는 경종농가에 공익형 직불금을 지원하는 우대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많은 경종농가가 가축분뇨로 만든 비료를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퇴·액비를 꾸준히 만들 수 있고 그래야 자원으로서 가축분뇨 처리량도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홍식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자원과장은 “원활한 경축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지역 농·축협을 중심으로 퇴비유통조직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역주민의 반대 등으로 가축분뇨 자원화시설 확충이 어렵다면 기존 자원화시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퇴비화시설만 있는 자원화시설에 에너지화 시설을 추가해 분뇨 처리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보완 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가축분뇨의 자원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축분뇨를 포함한 1차산업 부산물로 만든 비료를 토양에 먼저 투입하고 부족할 경우 화학비료를 투입하는 방향으로의 농정 변화가 필요하다.

토론회를 지켜보던 김완주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소장은 “가축분뇨 문제는 결국 화학비료 업계와의 기득권 다툼 때문에 해결이 어려운 것이다. 열쇠는 농업계가 쥐고 있다. 농업 정책의 변화 없이는 가축분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경축순환의 차원에서 가축분 퇴·액비는 농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농지에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비료를 더 많이 사용하도록 정책을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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