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검증, 513% 적절성만 논하라

중국·미국·호주 등 관세율 승인조건 국별쿼터 내걸어
후발 쌀수출국 베트남, CPTPP 쌀시장 요구 가능성도
“국별쿼터는 자유무역원칙 위배 … TRQ 물량 감축 주장해야”

  • 입력 2019.03.24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2014년 12월, 쌀까지 전면개방을 선언한 농림축산식품부는 ‘513% 관세율’을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출하면서 국별 수입량 쿼터를 없애고 밥쌀용쌀 30% 의무수입도 폐지한 바 있다. 513% 관세가 확정되면 TRQ물량(관세율 5%) 40만8,700톤 외에 더 이상 쌀이 수입되지 않으리라고 자신했고 2015년 1월 1일부터 쌀시장은 전면 개방됐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9년 현재까지 쌀 수출국들이 ‘513%’의 관세율이 적절치 않다며 문제제기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협상을 더 이상 끌고 가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마침표를 찍을 방도를 찾고 있다. 이의제기 국가들이 요구하는 안을 들어주고 513%를 관철시키자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국들이 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국가별 수입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국별쿼터’에 있다. 하지만 쌀관세화 검증 협상의 원칙은 ‘관세의 적절성’에만 있어 다른 부수조건으로 휘둘리는 것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가 5년 전에도 빗발쳤다. 쌀 관세화 검증 협상 동향을 알아본다.

513% 쌀 관세율에 대한 ‘딴지’

농식품부는 지난 1월 28일 쌀관세화 협상 검증 동향에 대한 기자회견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었다. 당시 정일정 국제협력국장은 주요 쌀 수출국인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5개국이 관세화 산정방식과 TRQ 운영방식 등을 문제 삼아 이의를 제기해 검증 협의가 진행 중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기자들은 갑자기 열린 기자회견 배경을 두고 곧 협상을 마무리 한다는 신호인지 질문을 던졌다. 확답을 들을 순 없었지만 농식품부는 ‘오래 끌면 불리하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2월에도 쌀 관세화 검증 협의가 진행됐다.

최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513%의 근거에 대해 수출국들이 문제제기를 할 만한 이유가, ‘관세상당치’의 산출근거가 되는 실제 수입가격에 있어 우리나라의 수입가격을 쓰기에는 당시 물량이 너무 미미해 인접국인 중국의 수입가격을 사용했다는 점이다”고 복기했다.

따라서 513%가 너무 높다고 상대국들이 WTO 제소까지 가면 불리할 수 있기에 요구사항인 국별쿼터 부활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베트남쌀, 중국산 보다 한국 수출량 크게 늘어

513%의 관세율이 무너질 경우 농식품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비판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상대국들의 요구사항인 국별쿼터 배분으로 ‘주고받는’ 협상을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중국·호주 등은 한국 쌀 시장의 점유율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중단립종 수입쌀 시장을 베트남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도 미국과 중국이 경계하는 바다. 베트남은 흔히 ‘안남미’로 불리는 장립종을 생산하는 국가이지만 최근 한국볍씨를 수입해 한국시장에 중단립종 쌀을 역수출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에 △2015년 3만8,000톤 △2016년 2만2,000톤에 이어 △2017년에는 6만2,500톤의 TRQ 쌀을 수출했다. 그러다 지난해인 2018년에는 11만3,305톤을 수출해 직전 년도의 2배가량 수출했다. 이는 같은 해 중국의 대 한국 쌀 수출량 11만9,232톤을 압박하는 기록이다.

미국·중국 TRQ 물량 배정 요구

농식품부는 513%를 관철하기 위해 TRQ 40만8,700톤의 국별쿼터 배분 관련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관세화 선언 이전인 2014년 약 40만9,000톤 MMA 쌀 중 20만5,000톤에 대한 국별쿼터가 실시됐다. 2014년 기준 국별쿼터는 중국 11만6,000톤, 미국 5만톤, 태국 3만톤, 호주는 9,000톤으로 중국 약 57%, 미국 24%, 태국 14%, 호주 4% 순이다.

국별쿼터로 일단락 된다 해도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과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쌀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쌀 관세 검증, 부대조건 수락 안 돼

박형대 민중당 전남위원장은 농식품부의 협상 태도에 전면 반기를 들었다.

박 위원장은 “관세율 513%가 적합한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데 어떤 조건이 달려선 안 된다. 특히 WTO 농업협정은 자유무역이 원칙인데, 정부가 513%를 지키는 것이 불안하다고 미국과 중국 등에 국별쿼터를 다시 열어준다는 것은 자유무역 원칙을 농식품부 스스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위원장은 “이미 쌀시장은 관세화로 완전개방이 됐다. 이제는 쌀 시장개방을 유예한 댓가로 MMA 즉 의무수입해야 했던 쌀 40만8,700톤이 TRQ로 전환됐다는 점을 명확히 했으면 한다. 국내 사정에 따라 배추, 무, 양파의 TRQ물량을 조절하는 것처럼 쌀 TRQ물량 40만8,700톤을 자발적으로 ‘의무’화 할 것이 아니라 매년 자율조절 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