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협엔 ‘10선’ 조합장이 있다

  • 입력 2019.03.24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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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관악농협 40년사’에 수록된 이사회 모습으로 이번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10선’에 성공한 박준식 관악농협 조합장(맨 왼쪽)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관악농협 제공
‘관악농협 40년사’에 수록된 이사회 모습으로 이번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10선’에 성공한 박준식 관악농협 조합장(맨 왼쪽)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관악농협 제공

최근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10선’에 성공한 조합장이 있다. 서울 관악농협의 박준식 조합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대의원 52명 중 41명(78.84%)의 선택을 받으며 당선됐다. 1940년 생으로 올해 나이 78세. 그는 이번 선거에서 최다선이자 최고령 조합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조합장의 임기는 4년이다. 1972년 설립된 관악농협에서 1982년부터 조합장이 된 그는 무려 37년째 조합장직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015년 제1회 선거의 최다선 조합장은 11선을 한 충남 태안 근흥농협의 함정경(77) 조합장이다. 이번 선거에선 박 조합장을 포함해 3선 이상 다선 조합장은 271명이다. 전체 당선자 1,105명 중 재선에 성공한 농협 조합장은 643명(58.2%)이다. 이 중 7선 이상이 5명, 6선 16명, 5선 25명, 4선 67명, 3선 158명, 재선 372명이다.

법적으로 비상임조합장의 다선은 문제가 없다. 현행 농협법에선 상임조합장만 2차에 한해 연임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국회는 지난 2009년 비상임조합장제도를 도입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갖춘 농협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은 축소시키고 전문경영인 격인 상임이사를 두도록 한 것이다. 상임조합장에 권력이 집중된 데 따른 조치다. 문제는 비상임조합장들이 이 제도를 장기집권에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국회에서도 비상임조합장의 연임을 2회로 제한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법도 법이지만 더 큰 우려는 이 같은 선거 결과가 농협이 얘기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농협’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10선’이면 40여년의 세월이다. 한 조합장이 이 긴 세월 동안 농협을 운영하는 것에 공감할 수 있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한 농협 전문가는 “관악농협 대의원들에게 왜 박 조합장을 선택했는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10선이 가능한 관악농협의 현실과 농협에 희망이 없다는 암담함이 비례하게 느껴진다”며 “한 마디로 표현하면 ‘왕국’이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민이 느끼는 이질감도 이와 동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박 조합장은 지난 2016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출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고, 김병원 회장이 당선되자 축하금으로 300만원을 건넸다. 이 같은 사실은 김 회장의 위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드러났다. 그는 이후 농협 경제지주 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이것이 우연일까. 물론 이 한 사례로 박 조합장이 관악농협의 발전을 위해 애써온 흔적과 관악농협 대의원들의 이번 선택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린 이유를 곱씹어볼 일이다.

한편, 박 조합장은 “도시농협에서 돈장사만 한다 그러는데 도시농협이 농촌농협과 자매결연을 맺고, 여러 농촌 지원을 통해서 경제사업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 것들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 10선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관악농협은 1993년 전국 최초로 농산물 백화점을 개장했고, 농협중앙회가 이를 계기로 하나로클럽 용산점과 양재점을 잇달아 개장했다. 이마트, 홈플러스보다 빨랐다는 게 박 조합장의 설명이다. 그는 “욕심보다는 농업농촌에 대한 사명감으로 조합장을 해왔으며 꾸준하게 농촌과 연계한 사업을 펼쳐온 결과 10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회장에게 축하금 300만원을 전달한 것에 대해 “김 회장이 조합장으로 있던 남평농협과 오랫동안 자매결연 관계에 있어서 격려 차원에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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