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산지폐기로 넘길 셈인가”

전남농민들, 산지폐기 현장서 정부 농정 강력 비판
“수입농산물 줄이고 농산물 공공수급제 시행하라”

  • 입력 2019.03.17 11:01
  • 수정 2019.03.17 20:2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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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2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 장성철씨의 밭 991㎡에서 조생양파 산지폐기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밭 옆에서 농정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지난 12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 장성철씨의 밭 991㎡에서 조생양파 산지폐기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밭 옆에서 농정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매년 이어지는 농산물 산지폐기를 보다 못한 농민들이 트랙터의 로터리가 돌아가는 폐기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농민들은 농산물값 폭락의 근본 원인인 농산물 수입이 근절되지 않으면 어떤 조치를 취해도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2일 전남 무안군 청계면에서는 농민 정상철씨의 양파밭 991㎡을 대상으로 시장격리 산지폐기가 진행됐다. 수확이 그대로 진행됐을 경우 약 6톤의 양파가 출하되는 면적이다. 이미 배추·대파 등의 산지폐기에 참여한 농가들과 농민민중당은 농정당국에 “근본에서부터 원인을 돌아봐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양파의 경우 지난해보다 재배 면적은 줄었으나 소비 부진으로 재고 양파의 소진이 더뎌, 앞으로 조생 햇양파는 물론이고 중만생 양파의 가격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kg당 양파가격은 지난 1월 600원대로 급락한 후 한때 58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해 3월 현재 600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무안 등 양파 주산지가 몰려있는 전라남도는 총 56억원을 투입해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겨울대파 4,872톤, 조생양파 1만840톤의 산지폐기를 진행했다. 시장격리에 참여하는 농가는 10a(약 300평)당 177만7,000원을 보전 받지만, 실제로 산지폐기가 진행되는 면적은 전체 신청면적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성수 민중당 전남도당위원장은 여는 발언에서 “해년마다 농작물을 갈아 엎어야 하는 것을 과연 농정이라고 해야 하는지 농민들과 국민들이 묻고 있다”라며 “농업과 농민을 살리기 위해 민중당이 통합진보당 시절 제시했던 방안, 즉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를 도입해야 산지 폐기와 가격 폭락의 반복되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용식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양파가격이 생산비를 밑도는 시점에서도 수입 양파는 계속 들어왔다. 가격 폭락은 이미 예견됐다”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긴급히 재배농민들의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파 농가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무안 몽탄면에서 농사짓는 임채점씨는 “농민들이 스스로 수급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이 농촌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농촌에 묻는다는 것은 이 정부가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맞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농민들에게는 애써 키운 농산물을 갈아엎어야 하는 고통을 요구하고, 국가적으로는 막대한 낭비를 초래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정책은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라며 “작년부터 배추, 무, 양파, 대파 등 월동채소 가격은 40% 이상 폭락하고, 수입농산물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많은 양이 들어오고 있어 결국 우리 농산물을 죽여야 그나마 살 수 있는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이어 “그나마 나아진 점이 있다면 올해는 농민들의 요구와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 폐기정책을 좀 더 일찍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칭찬도 잠시, 느닷없이 폐기처분 단가에 농민 자부담 20%를 적용하고 있다. 억장이 무너지는 농민에게 비용마저 부담하라 하면서 정책실패의 책임을 농민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민들은 “정부는 산지폐기 정책을 폐기하고 근본적인 농정개혁에 나서야 한다”라며 “미리부터 수급계획을 세워 농민들에게는 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며, 또한 정책도입과 결정과정에서 농민들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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