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밑도는 가격에 삼중고 시달리는 한돈농가
생산비 밑도는 가격에 삼중고 시달리는 한돈농가
  • 홍기원 기자
  • 승인 2019.03.1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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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백신 관리도 부담·위기 틈타 기업 직접사육 확대 … “직불제 도입·청정화 계획·협동조합 중심 계열화가 대안”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돼지고기 가격이 생산비 이하를 맴돌며 한돈농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올 겨울 동안 가격폭락뿐 아니라 구제역 백신접종에 따른 부작용과 기업의 생산기반 침투가 겹치며 한돈농가들의 얼굴에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충남 홍성군에 자리한 양돈사랑영농조합법인은 지역 내 7명의 한돈농가가 모여 구성됐다. 모돈농장에서 자돈을 들인 뒤 비육돈 사육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매달 약 7,000여두 남짓의 비육돈을 출하하는데 올 겨울엔 두당 6만원에서 최대 10만원까지 손해를 봤다고 한다.

심원용 양돈사랑 대표는 “95% 육성률에 생산비가 ㎏당 4,000원 선인데 계속 적자다”라며 뽀족한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월 들어 학교급식이 시작되며 가격이 회복세를 탔지만 계속 가격이 요동치리란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구제역 백신 관리도 문제다. 심 대표는 “접종일령을 준수해야 하는데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현장에서 접종일령을 지키는 이유 등을 알리는 백신관리 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50% 보조지원을 받지만 백신 구입비용도 부담이다.

최근엔 기업들이 양돈장 경영을 더 확대하는 움직임이 뚜렷해 이 또한 우환거리다. 심 대표는 “우리 영농조합이 19년 전 시작했는데 그때와 사육규모가 비슷하다. 그런데 기업은 엄청나게 늘리고 있다”면서 “실제 농가 수는 줄고 기업들이 직접 사육규모를 확장해 박리다매로 시장이 흘러가면 농가의 근간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도 지적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계현 대한한돈협회 예산지부장은 “기업들이 농장을 매입해 돼지를 늘리고 있다. 바지시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농장도 눈에 보인다”면서 “기업이 농가의 고유 생산기반을 자꾸 침해하며 두수를 늘리는데 막을 수가 없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앞서 한돈협회 역시 지난해 12월 성명을 내 기업자본의 농장 매입시도를 중단하라며 기업의 농장인수와 확장을 막을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보다 직접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남 보령시에서 한돈을 사육하는 이정학 서해농장 대표는 “한돈농가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그 차액을 보전하는 직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매년 초 면사무소에서 각종 보조를 받으라고 전화가 오지만 생색만 내는 사업이 숱하다”라며 “자급률 목표가 뚜렷하게 세워지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돈농가들이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가격 하락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구제역 백신 부작용과 관련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직접사육을 늘리고 있어 농가들의 우려가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충남 보령시의 한돈농가인 이정학 대표는 “정책목표가 확실해야 한다”며 “돼지고기 자급률 목표부터 세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돈농가들이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가격 하락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구제역 백신 부작용과 관련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직접사육을 늘리고 있어 농가들의 우려가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다. 충남 보령시의 한돈농가인 이정학 대표는 “정책목표가 확실해야 한다”며 “돼지고기 자급률 목표부터 세워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의 생산기반 침투엔 협동조합 중심의 계열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농가들이 기업의 위탁농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유럽처럼 협동조합 중심의 계열화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양돈조합이 서로 협력하며 기업과 경쟁하면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백신정책도 현장의 요구에 더 귀를 기울이고 확실한 청정화 목표를 세워야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의사이기도 한 이 대표는 “현장이 요구하는 무침주사기 접종도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이 즈음에 접종한 돼지들이 7~8월경에 출하되는데 두당 1만6,000원 정도 손실을 본다는 결과도 있다. 구제역 청정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비발생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비백신 청정화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축산분야에서 그나마 안정성을 유지하던 한돈마저 최근 가격폭락에 흔들리고 있다. 가격안정에 묻혀있던 문제점들이 이를 계기로 대거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현장 한돈농가들의 다양한 요구를 종합해보면 정부가 해야할 일이 보인다. 정부가 뜨거운 물에 찬물 몇 바가지 붓는 시늉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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