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산 다 빼앗는 나라, 양축 의지 잃어”

여전히 꽉 막힌 미허가축사 적법화 … 지쳐가는 축산농가

  • 입력 2019.03.03 19:17
  • 수정 2019.03.03 19:40
  • 기자명 배정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기간을 오는 9월 27일까지로 연장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돈에 빠져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미허가축사 적법화 진행률은 47.7%다. 이행기간을 부여받은 농가 3만4,219호 중에서 완료한 농가는 9.4%, 진행중인 농가는 38.3% 뿐이다. 폐업을 결정한 농가는 278호, 적법화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농가는 7,119호에 달한다.

지난해 9월 말 이행계획서 제출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적법화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복잡한 절차, 정부의 소극적인 행정처리, 높은 비용부담이 여전히 농가에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시 수신면에서 한우 30두를 사육하고 있는 유민영씨는 밭농사와 일용직을 겸해 빠듯하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유씨가 500평방미터 규모의 축사를 적법화하기 위해 투자해야하는 비용은 설계비 800만원에 퇴비사 신축 1,200만원으로 두 가지만 해도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유씨는 “자식같이 키우는 소를 위해서 비가림막, 바람막이를 설치해준 게 잘못됐나. 설치할 때는 다 허가내주더니 이제는 불법이라고 뜯어내라고 한다. 측량에 120만원이 들었고 설계도면비에 철거비, 다시 측량비와 설계도면비 등까지 고려하면 소 30마리 키우는 축사를 적법화하는데 4,000~5,000만원이 들어간다. 소 10마리를 팔아야 감당할 수 있다”며 “지난해에 신청서를 새로 받더니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소 키우지 말라는 소리다. 나라는 설계사무소 돈 벌어주고 결국 내 재산만 다 빼앗아 가는 것 아닌가. 있는 농민들을 이렇게 옥죄면서 귀농·귀촌을 장려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엄청난 비용 압박에 유씨는 적법화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

축사 일부가 국·공유지를 점유해 해당 부지를 매입하고자 하는 경기 양주시의 한우농가는 기획재정부·한국자산관리공사·지자체가 매입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적법화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는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적 여력이 없어 이행기간 내 적법화 추진이 힘든 농가에 정책자금 지원을 통한 저금리 융자로 적법화를 우선 진행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정부에 건의했다. 또 정부 합동지침의 제도개선 35개 항목을 적극 적용한 행정 처리와 최대 2년이 소요되는 국·공유지 매각기간 단축을 위해 ‘선 사용허가 및 후 적법화’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자체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가의 의지와는 다르게 적법화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농가들이 여전히 다수 존재하고 있어 7개월도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모든 농가들이 원하는대로 미허가축사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