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딸기 하우스에 불 켜지다
새벽 4시, 딸기 하우스에 불 켜지다
  • 한승호 기자
  • 승인 2019.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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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창평 새벽이슬’ 딸기 수확 한창 … “1kg에 만원씩만 받아도”
지난 9일 새벽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고재청(60)·박정숙(55)씨 부부가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고재청(60)·박정숙(55)씨 부부가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고재청(60)·박정숙(55)씨 부부가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고재청씨가 수확한 딸기를 작업대로 옮기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농민을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였다. 하우스 딸기 수확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수확량이 많지 않을 경우 예상보다 일찍 작업이 끝난다는 얘기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차량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한 지방도로를 내달렸다. 가로등 하나 없는 2차선도로는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다.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주소에 다다를 즈음 농로로 진입했다.

여전히 주위는 깜깜했고 이렇다 할 하우스도 잘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리자 그제야 검은 부직포로 뒤덮인 하우스의 한 출입문 사이로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불 켜진 난로와 딸기 포장대 등이 보였다. 하우스를 둘러보다 두꺼운 비닐과 부직포 등이 겹쳐진 곳을 좌우로 젖히며 들어갔다. 전등으로 대낮처럼 밝힌 하우스엔 양액(고설)재배하는 딸기 배지가 다섯줄로 길게 뻗어있었다. 그 길이만 100미터에 달했다.

그 줄과 줄 사이에서 한 부부가 바쁘게 움직였다. 새벽에 만나기로 한 이들 부부는 이미 한창 딸기를 따고 있었다. 딸기를 운반하는 수레에 올려놓은 바구니마다 탐스럽게 잘 익어 붉게 빛나는 딸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자리가 모자라 수레에 올려놓지 못한 바구니는 딸기 배지 아래에 일정 간격으로 내려놓았다.

지난 9일 새벽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박정숙씨가 수확한 딸기를 크기와 무게 별로 나눠 상자에 담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전남 담양군 창평면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박정숙씨가 수확한 딸기를 크기와 무게 별로 나눠 상자에 담고 있다.

지난 9일 딸기농사 경력 30여년의 고재청(60)씨와 박정숙(55)씨 부부를 만났다. 하우스 3동, 1,200평 규모의 딸기농사를 오롯이 둘만의 노동력으로 건사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이른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좀체 쉴 틈이 없었다.

수확한 딸기가 어느 정도 모이자 아내인 박씨는 포장대에서 딸기를 특, 상, 중, 하로 나눠 2kg 컨테이너상자에 담았다. 35g, 24g, 18g, 12g 등 크기와 무게가 분류 기준이었다.

남편인 고씨는 빈 수레를 끌고 하우스를 오가며 바닥에 놓인 딸기 바구니를 모아 포장대로 옮겼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난로를 켜 놔도 허연 입김이 작업 내내 뿜어져 나왔다.

토경재배에서 양액재배로 전환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고씨는 “양액(재배)이 처음이고 적응 중이라 아직 (수확)양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재배방식을 전환한 이유를 묻자 아내에게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박씨는 “서서 하니 허리통증도 없고 일이 편하긴 하다”며 남편의 대답에 화답하듯 웃었다.

이윽고 날이 밝았다. 분류작업을 마치니 2kg 컨테이너상자로 30개가 쌓였다. 이때 시각이 채 8시도 되지 않았다. 해가 솟자 하우스를 뒤덮고 있던 부직포를 걷어 올리고 수확 내내 하우스를 밝히던 전등을 껐다.

이어 부부는 분류된 딸기를 트럭에 싣고 창평농협 산지유통센터로 향했다. 유통센터 내 창평새벽이슬산지유통조합법인 딸기 공선회 작업장에선 30여 농가에서 출하한 딸기를 소포장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 정성스레 소포장된 딸기는 ‘창평 새벽이슬’이란 이름으로 홍콩과 베트남 등지로 수출되거나 대형마트와 농협 안성농식품물류센터를 통해 전국으로 출하된다.

딸기 출하를 마친 부부는 잠시 유통센터 사무실에 들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움츠러든 몸을 녹였다. 커피를 마시며 이날 아침 열린 서울 가락시장 경매가격을 휴대폰으로 확인하던 고씨가 읊조리듯 말했다.

“하우스로 돈 번다는 말은 다 옛말이여. 애들 가르치고 포도시 먹고 사는 것만 해도 다행인디. 날 따뜻해지면 (가격이) 점점 떨어질 텐데…. (수확기간) 평균 잡아 1kg에 만원씩만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 

고재청씨가 이날 새벽 열린 서울 가락시장 딸기 경매가를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있다.
고재청씨가 이날 새벽 열린 서울 가락시장 딸기 경매가를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있다.
지난 9일 창평농협 산지유통센터 내에 위치한 창평새벽이슬산지유통조합법인 딸기 공선회 작업장에서 10여명의 직원들이 농민들이 이날 새벽 수확한 딸기를 크기와 무게 별로 선별해 상자에 담고 있다.
지난 9일 창평농협 산지유통센터 내에 위치한 창평새벽이슬산지유통조합법인 딸기 공선회 작업장에서 10여명의 직원들이 농민들이 이날 새벽 수확한 딸기를 크기와 무게 별로 선별해 상자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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