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전차④ 기동차, 그리고 ‘왕십리 똥파리’
[그 시절 우리는] 전차④ 기동차, 그리고 ‘왕십리 똥파리’
  • 이상락 소설가
  • 승인 2019.0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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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소설가
이상락 소설가

해방이 되었다.

일제에 의해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숨죽여 지내야 했던 전차의 승무원들이, 해방공간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주창하면서 쟁의를 벌이기도 했는데, 요즘의 지하철 노조가 차량 기지창에서 모임을 갖고 파업 등을 결의하는 것처럼,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전차의 차고(車庫), 즉 기지창은 동대문 시장 앞에 하나 있었고 용산에 또 하나가 있었어요. 그리고 예전 이스턴 호텔. 그 옆에 경성전차주식회사 본사가 있었는데….”

서울 토박이 이성선 할아버지의 얘기다. 해방이 되자 <경성전기주식회사>는 <한국전력>으로 그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그건 그렇고, 왕십리 토박이인 김기호·신현기 두 할아버지는, 전차를 타고 학교에 다니던 소싯적에, 도심에 살던 친구들로부터 걸핏하면 ‘똥파리’ 운운하며 놀림을 받았다고 하였다.

“왕십리 사는 사람들의 별명이 똥파리였어요. 그 유래가 있지요. 성동구 성수동, 왕십리 그 일대가 예전엔 전부 다 채소밭이었어요. 서울 사람들이 먹는 채소는 거의가 다 거기서 재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거기 가면 끝도 없는 벌판에 채소밭이 아득히 펼쳐져 있었는데, 문제는 시내에서 수거해온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해서 채소를 가꿨다는 것이죠.”

왕십리를 지나는 전차는 서울시내의 일반 전차와는 그 구조와 운영주체가 달랐다. 일제 강점기에 서울 시내를 운행하던 전차는 <경성전기주식회사>에서 운영을 했으나 그것과는 별도로 <경성궤도주식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에서 운영하는 전차는 옛 이스턴 호텔 근방에 그 기점이 있었다. 거기서 뚝섬에 이르는 13.6 킬로미터의 노선과, 동대문에서 광나루까지 가는 전차 등 두 노선을 운영했다.

시내전차는 객실이 단 한 양(輛), 즉 달랑 하나의 객실만을 가지고 그 앞뒤에 운전석을 설치하여 운행했으나 뚝섬이나 광나루에 가는 전차는 뒤쪽에 너덧 개의 객차나 화차를 달고 달렸다. 사람들은 시내전차는 그냥 ‘전차’라고 불렀고, 뚝섬이나 광나루에 가는 전차를 특별히 ‘기동차’라고 불렀다.

“거름 치우세요! 거름 치워요!”

사대문 안의 가정을 돌면서 돈을 받고 인분을 치워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1970년대에 서울에 왔을 땐 변소의 인분을 치워주는 노동자들의 구호가 “거름 치세요!” 그런 게 아니었다. 밑도 끝도 없이 “퍼!” 그랬다. 뭐, 그 한 글자만 외쳐도 무엇을 푸라는 얘긴지 다 통했으니까.

그렇게 개개의 가정에서 퍼 나른 인분은 우마차에 실려서 예전에 경마장이 있던 신설동 쪽으로 운반되었는데, 그 곳에는 인분을 쏟아 붓는 대형 탱크가 있었다. 바로 그 탱크를 기동차 뒤에 매달고 왕십리나 성수동의 채소밭 쪽으로 실어 날랐던 것이다.

“성수동에 도착해서 기동차에 달린 인분 탱크의 뚜껑을 열면, 인분이 자동으로 땅위의 대형 탱크로 쏟아지게 돼 있어요. 그 자리가 어디냐 하면 성동교, 즉 살곶이 다리 근처지요. 거기다가 딱 부려놓으면 똥 냄새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기동차가 인분 탱크를 달고 달리는 시간은 주로 밤 시간이었고 낮에는 광나루나 뚝섬으로 놀러 나가는 승객들을 싣고 다녔다. 하지만 전찻길이 같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관차에도 냄새가 배였기 때문인지, 사람이 타는 낮 시간의 객실에도 파리가 들끓었다. 그래서 시내에 사는 아이들은 왕십리 방면에 사는 동무들을 향해서 걸핏하면 “왕십리 똥파리!”라고 놀려댔다.

왕십리의 두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원족(遠足), 즉 소풍을, 현재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봉은사로 다녔다고 회고한다. 동대문에서 기동차를 타고 한 시간 반 쯤을 달려 뚝섬 정거장에 내린 다음, 거기서 대형 나룻배를 타고 봉은사로 건너갔다. 뚝섬에서 뜨는 나룻배는 마차나 소달구지를 대여섯 대나 싣고, 사람도 수십 명을 실을 수 있을 만큼 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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