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철회, 재협상만이 수습책이다

  • 입력 2008.06.09 16:21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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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민심이반을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읽지 못하는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를 전격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 요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수출을 중단해 주도록 미국측에 요청 ▷미국측으로부터 이에 대한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위생조건의 고시 유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 등이었다.

수입위생조건을 고치거나 재협상을 하지 않은 채, 30개월 이상 소에 대한 미국의 자율적 수출중단으로 현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 보는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한다는 내용이 명문화 되지 않는 이상 그 실효성은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설령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나오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은 그대로 수입되는 독소조항을 그대로 두는 것은 일시적 미봉책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본이나 EU 기준의 30개월 미만의 SRM 수입금지이며, 미국 도축장 승인권이나, 취소권, 전수검사 등을 미국에 넘겨준 조항의 전면 개정이며, 수입중단 조치를 할 수 없게 된 5조 삭제 등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상을 전면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하는 길 뿐인데도 미국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자율적으로 수출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민단체들의 지적대로 또 다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현재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는 한우 등 국내 축산물 소비위축이라는 2차 피해를 낳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고착화되면 그렇지 않아도 사료가격 폭등으로 어려운 우리 축산업은 이땅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 뻔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축산업발전대책과 축산물 안전관리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품질 고급화, 생산성 향상, 사료비 절감, 농가 경영 안정 등을 골자로 하는 이 대책은 그동안 발표한 내용을 집대성한데 불과하며 정작 축산농민들이 요구한 육우가격안정제라든가 브루셀라병 살처분보상금 100% 환원, 돼지가격생산안정제 등은 아예 없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측의 답신이 올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고시 관보게재 연기와 검역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측에 당당하게 재협상을 요구하며, 고시를 철회하고 협상무효를 선언하는 것이다. 또한 차제에 ‘축산업 발전대책’도 양축농가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농가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대폭 손질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소나기를 피해 보자는 식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연기가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 확보를 담보할 수 있는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저항은 이제 쇠고기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 만일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고시 철회·전면 재협상’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그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그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자칫 호미로 막을 수도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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