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방역 최전선에 우리가 있다
가축 방역 최전선에 우리가 있다
  • 한승호 기자
  • 승인 2019.01.13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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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충남도본부 동부사무소 서동규(30, 앞쪽)·경준현(32) 주임이 지난 9일 충남 공주시 정안면 북계리의 한 축사에서 브루셀라병 시료 채취를 위해 소를 고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충남도본부 동부사무소 서동규(30, 앞쪽)·경준현(32) 주임이 지난 9일 충남 공주시 정안면 북계리의 한 축사에서 브루셀라병 시료 채취를 위해 소를 고정시키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동규 주임이 소 목덜미에서 주사기로 채혈하고 있다.
서동규 주임이 소 목덜미에서 주사기로 채혈하고 있다.
경준현 주임이 브루셀라병 실험실 검사 의뢰서를 농장주에게 전달하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경준현 주임이 브루셀라병 실험실 검사 의뢰서를 농장주에게 전달하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날이 밝았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방역사로 일한 지도 벌써 5년째다. 오늘도 소 브루셀라병 검사 시료(혈액) 채취 일정이 빡빡하다. 공주 관내 농가를 돌며 70여두의 소와 씨름해야 한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사무실로 향했다. 전날 챙겨놓은 각종 방역장비가 차 트렁크에 빽빽하다.

우리 사무소(충남도본부 동부사무소)는 총 5개 시·군에 있는 축산농가를 관할하고 있다. 세종시, 대전시, 공주시, 계룡시, 금산군이다. 동서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지역을 총 17명(위생직 6명, 예찰직원 1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 중 방역사는 10명이다. 이 10명이 5개 시·군을 돌아가며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9시 10분, 차량에 시동을 켜고 ‘팜스시스템’에 등록된 농가로 이동한다. 최근 사회에서 잇달아 발생한 안전사고로 인해 2인1조 근무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 또한 부상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어 2인1조 근무가 필수다. 첫 농가에서만 한우 21마리로부터 채혈해야 한다. 혹시 모를 부상에 대비해 파란 방역복을 입기 전 가슴·무릎보호대를 착용한다.

그러나 낯선 이에 놀라 사정없이 덤비는 대가축 앞에선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다른 사무소 방역사가 소 뒷발에 차여 부상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그날엔 축사에 들어가기가 더 힘들다. 마음은 가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으로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며 축사로 향한다.

축주(농장주)가 미리 나와 채혈해야 할 소들을 고정시켜 놓았다. 소 목덜미에서 채혈하기에 노끈으로 소머리를 단단히 묶는다. 소와 기싸움이 팽팽하다. 장정 둘이서 안간힘을 써야 소머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고정된다. 소 목덜미에서 동맥 부분을 찾아 주사기를 꽂았다. 선홍빛 붉은 피가 주사기 안으로 빨려 들어온다. 순식간이다. 주사기를 빼고 잘 참아준 소를 한 번 어루만진다.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채혈을 끝냈다. 21마리까지 마치자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음에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축주에게 ‘브루셀라병 실험실 검사 의뢰서’를 전달하고 입었던 방역복을 벗은 뒤 뒤처리를 부탁했다. 축주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옷이 아깝다고 하나 규정상 재사용은 절대 금물이다. 이어 약속된 다른 농가로 이동한다.

방역복을 갖춰 입은 방역사들이 축사로 들어가기 전 소독하고 있다.
방역복을 갖춰 입은 방역사들이 축사로 들어가기 전 소독하고 있다.

특별방역대책기간인 만큼 농가뿐만 아니라 우리도 가축질병 발생에 예민하다. 특히 매년 농가를 시름 짓게 만들었던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아 농가 및 지역 예찰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커진 상태다. 게다가 최근엔 인근 나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발병한 바 있어 예찰활동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가축질병 발생 시 기존 업무에 추가로 더해지는 방역활동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주일씩 집에도 못 들어가고 차에서 새우잠을 잔적도 있다. 한 선임자의 말처럼 운도 실력이라고 아직까지 발병하지 않은 운이 이번 겨울동안 쭉 이어지길 바라는 건 나만의 마음일까. 오전에만 다섯 농가, 43마리의 소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하루 평균 70~80여 마리를 보니 딱 절반인 셈이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넘었다. 오후 업무로 넘어가기 전 청운식당에서 얼큰한 짬뽕 한 그릇에 얼었던 몸을 녹이는데 벨소리가 울린다. 충남도본부 예찰센터로부터 온 전화다. 상시 예찰 도중 새끼돼지 폐사축이 발생한 농가로부터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점심식사를 짧게 끝내고 20여분을 달려 양돈장 입구에 도착했다. 이동 중에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 공주지소에 미리 연락을 넣어 폐사축을 갖고 갈 예정이라고 알렸다. 입구에서 기다리니 축주와 직원이 태어난 지 3주 정도의 새끼돼지 한 마리를 조그만 통에 담아 가지고 나온다.

지난 9일 충남 공주시 이인면 달산리에 위치한 한 양돈농장 앞에서 경준현 주임이 새끼돼지 폐사축을 인계받아 봉투에 담고 있다.
지난 9일 충남 공주시 이인면 달산리에 위치한 한 양돈농장 앞에서 경준현 주임이 새끼돼지 폐사축을 인계받아 봉투에 담고 있다.
경준현 주임이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 공주지소 담당자에게 폐사축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경준현 주임이 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 공주지소 담당자에게 폐사축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양돈농가는 외부인의 출입에 극히 민감하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구제역이나 돼지유행성설사병 발생 위험이 높은 겨울철엔 더욱 심하다. 축주로부터 증세를 들어 기록하고 폐사축을 인계받는다. 두 번씩 밀봉한 뒤 방역소독기로 한 번 더 소독한다. 폐사축 검사 결과는 축주와 우리가 동시에 받는다. 폐사 원인, 의심 질병에 따라 대응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화예찰센터의 긴급신고로 인해 오후에 하려던 브루셀라병 시료 채취 일정이 모두 연기됐다. 약속된 농가에 양해 전화를 돌리는 사이 시험소에 도착했다. 폐사축 검사를 의뢰하고 곧바로 차를 돌려 사무소로 향했다. 오늘 사용했던 집기들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방역본부의 모든 정보가 입력된 ‘팜스시스템’에 오늘 일에 대한 실적을 등록한다. 내일 지원 나갈 농가에 연락하는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이 몰릴 때면 ‘한 명만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현장인력은 더 확충돼야 한다. 방역본부의 활동은 그만큼 중요하다. 올해 충원 계획이 있다고는 하는데 우리 사무소엔 신입이 언제 올는지….

뿐만 아니라 불철주야 고생하는 모든 직원들의 처우도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는 아니지만 찍히는 숫자가 오르면 일도 그만큼 신바람나지 않을까. 컴퓨터를 끄고 차 트렁크에 물품을 챙겨 놓는다. 내일 우리는 또 출동한다. 방역 최전선으로!

현장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서동규 주임이 팜스시스템에 이날 실적을 등록하고 있다.
현장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서동규 주임이 팜스시스템에 이날 실적을 등록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난 9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충남도본부 동부사무소 경준현(32)·서동규(30) 주임의 방역활동을 취재하며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방역사 시선으로 각색했습니다. 더불어 취재에 도움주신 오상민 계장과 장동현 주임에게도 감사의 말 전합니다. 현재 방역본부 정원은 총 1,059명으로 이 중 방역직 333명, 위생직 361명, 예찰직 248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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