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장관과 노조 지부장의 소신

  • 입력 2008.06.01 23:42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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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사설]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퇴진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농식품부 노조지부장이 미국산 쇠고기재협상을 촉구하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진 노조지부장은 지난달 26일, 농식품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과 아주머니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절절한 우려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면서, 농식품부 공무원으로서 앞에 나가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성명을 종합해 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이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나치게 훼손한 협상”이라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즉각 재협상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부장은 이번 성명 발표를 앞두고 극히 심적인 갈등을 겪은 끝에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명을 보면, 입장발표를 자제해 달라는 정부 측의 압력이 있었으며, 성명 발표에 따른 노조 탄압과 동료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 등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는 것이다.

어떻든 이 지부장의 이같은 성명이 나간 후 농민단체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지지와 격려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성명 발표로 정부로부터 가해질지도 모를 불이익으로부터 이 공무원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반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장관의 경우는 어떠한가. 정 장관은 물론 협상대표로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단 하루 앞두고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연령 철폐, SRM 부위 허용 등 미국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타결하고야 말았다. 급기야 국민들이 촛불문화제 등으로 잘못된 쇠고기 협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의 역할이, 이진 지부장의 성명에서 지적한대로 ‘무능하고 무소신한 그리고 자기만의 영달만을 고민한 장관이라는 의구심’을 국민들이 갖게 했다.

농민단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여권 내에서조차 정 장관이 퇴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급기야 야 3당이 국회에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해임 결의안은 지난달 23일 국회본회의에서 부결되긴 했다.

그런데 이 해임결의안 국회표결을 앞둔 시점에서 전국 45개 지방자치단체장 명의의 ‘정운천 장관 지지 건의문’국회 제출에 농식품부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괴산군수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진 사실이지만, 정 장관의 해임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인 지난 주 농식품부 고위관계자가 정 장관 지지 건의문에 서명해 줄 것을 부탁하는 전화를 거는 등 로비를 벌인 사실도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런데도 정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민 80%가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를 발표하고야 말았다. 이명박 정부의 수순을 밟아 ‘장관고시’를 강행하여, 협상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은 물론 국민들은 이번 장관고시를 ‘대국민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범국민 저항운동에 돌입했으며, 앞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 장관이 양심고백에 나설 차례다. 자칫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을 찍힐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심고백의 내용은 정 장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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