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친환경농업,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 입력 2018.10.14 01:2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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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농업이 여전히 위기다. 농사지을 사람은 줄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친환경인증 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농민들이 잘못하지 않은 일로 인한 친환경농업 및 농산물의 대외인식 악화 문제까지 겹쳤다.

작금의 상황에서 친환경농업이 맞닥뜨린 위기는 무엇인가.

충남 홍성군의 한 친환경농장의 모습. 친환경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장이다. 농민들은 정성스레 친환경농업을 영위함에도 우리 사회에서 친환경농업의 입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친환경농업의 대전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한승호 기자
충남 홍성군의 한 친환경농장의 모습. 친환경 오리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장이다. 농민들은 정성스레 친환경농업을 영위함에도 우리 사회에서 친환경농업의 입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친환경농업의 대전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한승호 기자

감소하는 친환경농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국내외 친환경농산물 시장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긴 했다. 인증면적은 전년 대비 약 0.8% 증가한 8만100ha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유이하게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이 늘어난 경기도(10.2% 증가)와 전라남도(6.7% 증가)를 제외한 모든 광역지자체에서 인증면적이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충청남도는 전년 대비 친환경 인증면적이 13.4% 감소했으며, 충청북도(10.2% 감소)와 전라북도(7.6% 감소)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해 친환경 인증농가 수는 약 5만9,400여호로 전년 대비 2,500여호 감소했다. 친환경농산물 출하량 또한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9만6,400여톤을 기록했다.

점증하는 유기농식품 수입량

국내 친환경농산물 출하량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기농식품 수입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위의 농경연 자료에 따르면 유기식품 수입건수는 2016년 기준 약 5,600여건으로, 전체 식품 수입건수의 1.3%를 차지했다. 수입물량과 수입금액은 각각 4만6,000여톤, 1억2,948만달러(한화 약 1,479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2014년 이후 유기식품 수입물량과 수입금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모두 10% 이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특히 전년 대비 수입물량과 수입금액은 각각 15%, 24.5% 증가했다. 2014년 약 3만4,000톤을 기록했던 유기식품 수입물량은 2016년 4만6,000톤으로 급증했으며, 금액 또한 2014년 8,617만달러에서 2016년 1억2,948억달러로 늘었다.

매도당하는 친환경농업

지난달 발생한 ‘미미쿠키 사건’은 친환경인증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업주로 인해 애꿎은 친환경농민들과 친환경농업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공장제 쿠키를 유기농 수제 쿠키로 허위광고해 판매한 이 사건으로, 일부 소비자들은 유기농을 비롯한 친환경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표하고 있다. 심지어 친환경먹거리를 이용하고자 했던 소비자들을 매도하는 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언론은 언론대로 친환경먹거리의 건강성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기농산물이 농약을 친 농산물과 건강성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매도하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위로 인해 친환경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매도가 이뤄지고, 언론에선 사실상 그 매도에 동참하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먹거리 관련 부처들은 친환경농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것과 달리, 먹거리 유통과정에서 업자들이 저지른 미미쿠키 사태는 조기에 적발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오히려 친환경농업 자체 및 친환경농업의 이미지를 후퇴시키고, 농약과 화학비료로 점철된 관행농업을 더욱 강화시켜 국민 건강과 한반도의 농업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만 키운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친환경 생태농업의 전국 확대를 위한 중장기 정책 수립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 지원 및 공공급식 전면 확대 △친환경 실천농가에 대한 친환경 직불금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국내 친환경농업 기반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친환경 직불금 지원 확대 및 공공급식 확장을 통한 판로 확보는 친환경농민들이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후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소수 지역에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통한 직불금 제도 강화를 시범적으로 시도하는 것 외엔 이렇다 할 공약 이행 움직임이 안 보인다. 중앙정부 차원의 공공급식 확대를 위한 정책도 아직은 없으며, 친환경농업 관련 법안의 ‘생태보전’, ‘지속가능한 농업’ 성격 강화를 위한 노력도 없다.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친환경농어업법)’의 성격 규정부터 바꿔야 한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초점이 맞춰진 친환경농어업법을 생물다양성·농업생태계의 건강 확보에 중심을 두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가 학교급식비 중 식품비를 50% 지원해, 현재 각 지자체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학교급식 확대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군 급식 등 전반적인 공공급식 확대를 위한 정책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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