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살리는 농산물 가격보장

  • 입력 2018.09.22 05:4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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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차마저 드문드문 다니는 전북 장수군 2차선 도로 옆 녹슬고 빛바랜 파라솔. 벽지로 보이는 두꺼운 종이에 검은 매직으로 투박하게 써내려간 글씨 ‘양파 한 그물 5000천원.’ 농민은 온데간데없고 양파가 가득 담긴 망 몇 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리. ‘이 값이 곧 양파 농사에 매진한 농민값’이니 오다가다 보라는 듯 큼지막하게 쓴 가격표 ‘양파 한 그물 5000천원.’ 한승호 기자
차마저 드문드문 다니는 전북 장수군 2차선 도로 옆 녹슬고 빛바랜 파라솔. 벽지로 보이는 두꺼운 종이에 검은 매직으로 투박하게 써내려간 글씨 ‘양파 한 그물 5000천원.’ 농민은 온데간데없고 양파가 가득 담긴 망 몇 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리. ‘이 값이 곧 양파 농사에 매진한 농민값’이니 오다가다 보라는 듯 큼지막하게 쓴 가격표 ‘양파 한 그물 5000천원.’ 한승호 기자

‘쌀값이 금값’, ‘억대농부’, ‘농산물 가격 폭등에 소비자들 아우성’….

최근 뉴스에서 농산물 가격과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들이다. 농산물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은 힘들어한다는 걸 강조하는 보도가 쏟아진다. TV 카메라는 날마다 도시의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비춘다. “과일 가격이 올라 추석 제사상 차리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시민의 발언이 뉴스에 오른다.

그러나 TV 카메라는 농촌과 농민을 비추지 않는다. 카메라의 사각지대에 놓인 250만 농민들은 뉴스와 정반대 이야기를 한다. 농민들은 매년 매 농민집회 때마다 “쌀값이 개 사료값만도 못하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식당 밥 한 공기가 1,000원인데 농민들은 밥 한 공기(쌀 100g) 당 300원이라도 보장하라고 외친다. 그마저도 안 되면 최소한의 인건비도 못 건지기 때문이다.

쌀 뿐인가. 정부의 마늘·양파·대파에 대한 수급조절 실패가 야기한 농산물 가격 폭락도 매해 반복됐다. 농민들은 이런 사태의 방지를 위해 정부에 체계적인 수급량 예측 및 수급조절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2010년 이래 사과값 폭락으로 수익구조가 안 맞게 돼 과수원을 폐원하는 농가가 부지기수다. 설상가상으로 전세계에서 이 땅에 ‘투하’되는 수입농산물은 우리 농산물 가격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언론보다 현장 농민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더 가깝다. 현실을 호도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다. 농촌사회학자 정은정 작가는 “실제로 도시에서 생활해보면 치솟는 부동산값, 아이들 사교육비가 소비자에게 가장 큰 부담인데, 언론은 만만한 농산물 가격에 대해서만 ‘금값’이라며 문제제기한다. 농민이 힘이 없다고 여겨 그런 보도를 하는 건가 싶어 화가 난다”며 “농민은 국민이며 농업은 필수산업이란 걸 정부가 인식하면서, 적정한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만 장기적으로 국민 식탁도 안정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한국농정>은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산물 제값받기와 가격안정,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가한 농민들은 한 목소리로 농산물 수급조절과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통한 가격안정 정책이 절실하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양파 주산지인 전남 무안군에서 온 농민 정상철 씨는 “작년에 양파가 전년 대비 생산량이 24% 늘었는데, 이는 그 이전에 배추·무·보리 가격이 폭락하면서 양파로 재배품목을 바꾼 농민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그 과정에서 양파 가격도 폭락했다. 현재 양파 최저생산비는 215원인데 못 해도 600원은 돼야 한다. 실질적인 생산비를 소비자 물가에 맞춰 조절해야 농민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농산물 가격폭락의 악순환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대로 가면 농업·농촌·농민은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우선은 최소한의 ‘제대로 된 농산물 가격’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농민들, 그리고 농업에 애정을 가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농정>은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농산물 가격보장 문제에 대해 현장 농민들이 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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