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의 농사,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심문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 입력 2008.05.31 23:59
  • 기자명 심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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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문희 전여농 사무총장
실제 농사에 종사하면서도 농민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상상하지도 못했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찌 그런일이 있을 수 있는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농민중 85%정도는 농민이면서도 농민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다.

농민 인정 못받는 85%의 여성

오랜 세월동안 장자 상속이라는 명분으로 농지소유에서의 소외와 더불어 농가로 대변되는 남성중심의 결산은 여성농민을 농민으로 인정받는 최소한의 지위를 가질수 없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나마 90일 이상의 종사사실은 법조항이었을 뿐이지 그 누구도 확인해 주지 않았고 아니 확인해 줄 수 있는 그 어느 방법도 없었다.
불평등을 온 몸으로 감내하며 그저 여성으로 태어난 게 죄라며 살아온 날들에 회한이 밀려든다.

여성농민들은 그간 법적인 지위의 불분명함으로 인해 수많은 사회적 불평등을 감내하고 살아왔다.

그나마 이제라도 공적인 증명제도가 생겨나 농민으로의 그 지위가 보장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지금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법제처의 검토의견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료 산정시 강남에 사는 가정주부의 일당은 5만7천원으로 계산이 되고, 여성농민은 3만원 정도로 계산된다고 한다. 

여성농민이면서 가사노동은 고사하고 농업노동 또한 거의 전담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이를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적인 지위가 보장되어야만 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자신의 딸이 농민이 된다는 것은 거의 수렁에 빠진 것으로 사고하고 계신다.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짚어 보았을 때 자신이 수행해 왔던 것들에 대해 사회가 인정하고 있지 않은 속에서 누가 자신의 딸을 농촌의 농사 현장으로 내 보내려 하겠는가?

여성농민은 엄연히 한국의 농업을 지탱하는 절반의 농민이다. 그간 여성농민이 수행해 왔던 최소한의 역할을 인정 한다라면 공동경영주든 무엇이든 당장 법적인 지위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여성농민의 법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서는 법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여성농민의 가사노동, 농업노동,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가치를 수치화하는 객관적인 연구 작업을 실시해야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제아무리 어떤 말로 지원을 한다 하여도 요보호 여성으로의 인권이 아닌 생산의 주체로서의 인정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다면 더 이상 이 땅에서 한국의 여성농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어 질 것이다.

농식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업경영체 육성및 지원에 대한 법률 또한 최소한의 농사 단위인 가족농의 개념조차 불분명한 실정이다.

법인 형식의 농업경영체 또는 대농과 같은 형태의 경영체가 과연 한국 농업의 미래인 것인가?

이는 바로 전업농과 같은 대규모 농업에 대한 지원을 하기 위함이고 앞으로는 더욱 까다롭고 엄격한 지원 기준을 제시하면서 지원을 줄여가며 점차적으로 농민들을 농촌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금 추진중인 농가등록제가 바로 그것이다. 65세 이상의 농민들은 더 이상 농민이 아닌 그저 나이든 어르신으로 복지의 대상이지 농업 정책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알량한 선의를 베풀고 있다. 우리농업을 이끌어 왔던 소농들의 설자리는 과연 어디 일 것인가?

농업경영체 육성법 폐기해야

정부는 대농중심의 전업농의 개념을 확립하기 보다는 소농과 가족농에 기반한 한국농업의 현실을 명확히 바라봐야 할 것이며 이 땅의 농업을 이끌어 나갈 책임 주체가 과연 누구인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한국식 카길이나 몬산토와 같은 기업을 양성하겠다는 의도로 착착 진행되는 농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법의 즉각 폐지를 촉구한다. 

식량위기를 대처해 내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 지속가능한 한국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 가족농의 개념을 더욱더 발전 시켜야 하며 역할에 비해 제대로된 가치가 인정되지 못했던 여성농민들의 권리를 회복시켜내는 일에, 소농의 협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농정의 핵심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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