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타작물재배 강제정책, 수확 못한 피해는 농민 몫

민중당 전남도당, ‘농식품부·전남도 총체적 부실행정’ 비판
사료용벼, 수확·판매 책임진다더니 행정은 묵묵부답

  • 입력 2018.09.15 14:2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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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강행한 논 타작물재배 정책이 수확기 피해로 번져 농민들만 속을 썩고 있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3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임채점(56)씨는 논 3만평 중 1,500평에 옥수수를 심었으나 수확을 하나도 하지 못한 채 가을을 맞았다.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사진을 찍어가는 등 피해현장을 조사해 갔다.

임씨는 “우리 동네는 영산강 하류에 위치해 물 사정이 좋다. 행정에서 봄부터 회의하고 토론회 하면서 타작목 심으라고 재촉하고 가을에 공공비축미 수매에도 불이익을 준다니 농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벼 대신 타작목을 심었다”면서 “6월에 비가 많이 오고 7월부터는 폭염에 가물어서 옥수수 싹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인근에 나처럼 옥수수 파종한 농가들 70~80%는 빈 밭 투성이다”고 현장상황을 전했다.

벼를 심었던 논에 타작목으로 옥수수를 심었으나 폭염과 가뭄이 두달 이어지다가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까지 발생하다보니 수확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전남 무안군 몽탄면 임채점씨의 타작목 농지.
벼를 심었던 논에 타작목으로 옥수수를 심었으나 폭염과 가뭄이 두달 이어지다가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까지 발생하다보니 수확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전남 무안군 몽탄면 임채점씨의 타작목 농지.

사료작물을 심은 전남 장흥군 평화리의 한 농민은 수확기가 지나도록 행정이 나 몰라라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농민은 “4만평 벼농사를 짓는데 올해 0.5ha에 사료작물을 심었다. 올 봄 군에서 타작목 재배면적 목표를 맞추느라 농민들을 어지간히 성가시게 했다”면서 “사료작물 심기만 하면 기계로 다 수확하고 파는 것도 걱정 말라더니만, 수확기가 넘은 이때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행정에 가서 어쩔 거냐 했더니, 공무원들은 사일리지 수량만 파악하면 된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굴더라”고 기막혀 했다.

그는 “내년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타작목 안 심는다. 공공비축 수매 불이익 준다하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여 어거지로 심었더니만 사일리지 기계를 농민들이 구입할 수도 없고, 축협 통해 기계 받아서 수확한다는 말만 있을 뿐…. 벨 때가 넘어버렸는데 답답하다”고 말문을 닫았다.

농민들의 타작목재배 피해 사례가 늘어나자 민중당 전남도당 농민위원회(전남농민위원회)는 지난 10일 ‘전남도의 타작목 정책은 총체적 부실행정’이라고 규정하고 손해조사와 긴급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전남농민위원회는 “논 타작물재배는 사전에 쌀 수급을 조절하기 위한 생산조정 정책으로 올해 5만ha, 내년엔 10만ha를 목표로 전 농식품부 김영록 장관이 시행한 것”이라며 “농민들 호응이 따르지 않자 봄부터 도·시군 공무원, 심지어 농협직원까지 동원해 할당량을 배정하고 농민들에게 강압적으로 시행했다”고 실태를 전했다.

전남농민위원회는 강압적 시행을 하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타작물재배 시 일정 정도 보조금을 주지만, 토양성질과 기후에 맞지 않는 옥수수, 콩 등을 억지로 심다보니 벼 재배로 인한 소득을 따라갈 수 없게 됐다. 특히 올해 6월 폭우, 7·8월 폭염으로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행정시스템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것이 현장의 증언이다. 타작물 중 하나로 권장하던 사료용 벼는 종자가 없어 농민들이 심지 못하거나 수확을 앞뒀지만 수확기계가 준비되지 않아 손 놓고 기다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전남농민위원회는 “실적에만 급급했을 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강행정책에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오늘(10일)부터 농민들의 손해와 불합리한 행정에 대한 피해 신고를 접수하는 활동에 들어간다”고 전남도청과 농식품부에 긴급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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