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업, 범농업계가 상생 방안 찾아야
위기의 농업, 범농업계가 상생 방안 찾아야
  • 김순재 전 조합장
  • 승인 2018.09.0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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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 전 조합장
김순재 전 조합장

‘농업은 산업의 기본이다’라고 하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그리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말은 그리해도 농업을 대하는 태도는 ‘영~’ 아니다. 농업이 산업의 기본임에는 틀림없지만 기본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은 말과 행동이 현저히 다르다.

농업은 우리 산업의 발전(?)에 딴죽을 거는 귀찮은 산업인 모양이다.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들 기준으로는 공세적인 수출을 위한 정책 방향이 농업시장의 개방과 맞물려 있으니 농업은, 농업의 종사자들은 국가 장래를 어둡게 하는 존재로 비치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농업이 여러 측면에서 위기에 봉착해 있지만 정부가 농업이라는 분야를 손 놓아 버리기에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영향력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런 우리 농업에서도 농업과 관련하여 아주 안전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 있다.

여러 직업군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직업군은 농업계 계통의 국공립·사립대학 종사자들과 중앙·지방정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그 다음으로는 농업관련 공기업 종사자, 농협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보면 될 듯하다.

사실 농업과 관련해 먹고 사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몫이 농민 전체가 가져가는 몫보다도 많을 수가 있다. 농약, 비료, 농기계 외의 농자재 관련 사업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점검하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을 군대로 비교하자면 농민을 야전군으로 지탱하거나 방패막이 하는 참모부대들이다. 이 참모부대들은 농민이 비바람 휘몰아치는 야전에 있을 때 보루에 있는 편제에 해당한다.

시장경제라는 비바람에 내몰려 고전하는 야전부대가 있는데, 보루에 있는 참모부대들이 지원 가능한 부대의 동원을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조차도 지원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야전의 농민들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막말로 농민들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져도, 농업이 패망의 길로 가더라도 현재 농업관련 교직자들이나 공무원, 공사 직원들, 농협이 어려워지겠는가? 농업이 나아지면 우선적으로 혜택을 보면서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들과의 유대관계는 회복이 힘들 것이다.

학계, 공직자, 공사 및 농협 직원 그리고 농민

농민이 농업의 1선이라면, 농자재 종사자와 농협 직원은 농업의 2선 쯤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직원과 공직자(공무원), 농업관련 학계 종사자는 3선으로 보면 된다. 1, 2, 3선의 구분은 농업-산업의 흥망이 절박하게 작용하는 순서로 보면 된다.

이 구분으로 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농업에 도덕적 책임이 높은 부류는 3선이다. 거듭 막말을 하자면 농업으로 먹고 살지만 농업이 망하거나 더 어려워져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도덕적인 책임은 커지더라도 현실은 자기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현실이다.

농업관련 학계 종사자, 공직자, 공기업 직원은 전국적으로 사실상 같은 대우이다. 국립대학의 교수라고 해서 서울대학의 교수가 받는 대가나 지방 국립대학의 교수가 받는 대가의 차이가 크지 않고, 그것은 공기업 직원이나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근무조건과 과제는 달라도 처우는 전국 어디에서 근무를 하건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농민들은 심각하다. 지역에 따라, 연령에 따라, 작목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 해의 농업환경에 따른 차이가 심각하다. 그래서 필자는 농업 관련자들의 번지르르한 말들을 믿지 않는다. 농

업이 망해도 내일 망할 것이 아니니, 농민 외의 농업관련 종사자들은 덜 답답한 것이다. 망해 가더라도 정년은 보장되고, 정년이 끝나면 연금이 보장되니 사실상 무책임해도 도덕적인 문제이지 생존의 문제이거나 법적인 책임이 따라 오는 것이 아니다.

절박한 농민 스스로 살 길 찾아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농업 종사자는 참으로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주변에는 잘 나가는 농민도 극소수 있지만 대다수의 우리나라 소시민들처럼 철저히 아끼는 내핍형의 우리 농민들을 보면서 함께 살아 왔다. 아끼거나 안 쓰고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은 절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절박한 사람들을 기초로 하는 직업군이 있고 그 직업군의 직업이 매우 안정적으로 보인다면, 절박한 사람으로부터 그 직업군은 일정정도의 냉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농민이 어려워지면 우선 농업관련 산업이 어려워진다. 농자재 시장과 농협이 1차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농촌지역의 농협들은 그 영향으로 실질적인 경영이 어려워진 곳이 많다. 이가 없어지니 잇몸이 시리게 된 경우이다.

도시지역의 농협보다는 농촌지역의 농협 대다수는 외부의 힘에 기대지 않고는 실질적인 결산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힘들어진 야전군을 지원하지 않고 보루에 들어앉은 참모들의 도덕적 해이’의 결과이다.

농민들의, 농업의 고전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자기 몫이나 충실히 챙기고 느슨하게 관망하다가 궁극에는 자기조직까지도 위험에 빠뜨리고 자기는 정년퇴직으로 홀랑 빠져 나가고 마는 지극히 이기적인 수준의 공동생활을 해 온 것이다. 결국 이 문제도 절박한 위치에 있는 농민들의 몫이다.

필자는 자주 주변 농민들에게 나라도 믿지 말고, 대학 교수도 믿지 말고, 공무원도 믿지 말고, 오로지 농민들이 스스로를 믿고 협동조합 같은 농민조직을 중심으로 생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도 일정정도 현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주변 농민들은 콩고물이 떨어지는 곳이 정부-공무원 쪽으로 보았는지, 자기 살기가 급해서인지 주변과 협력하는데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 결과로 나타나 있는 것이 대다수 작목반-영농조합의 부실이고, 그 다음으로 생산지 농협의 경영 부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절박한 사람들이 힘을 뭉치지 않은 결과인 것이다.

올해 동읍농협이 조합원들에게 지원하기로 한 팰릿이 농협 마당에 쌓여있다.
올해 동읍농협이 조합원들에게 지원하기로 한 팰릿이 농협 마당에 쌓여있다.

농업이 무너져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농협

1선인 농업의 직접적인 종사들이 어려워지니 2선이 그 여파로 덩달아 힘들어지고 있다. 그럴 때일수록 농업 관련자들은 서로를 보호해 나가는 울타리 역할들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시기적으로 농협이 가장 먼저 나서는 것이 좋다.

농촌지역의 농협 직원들은 상당수가 자조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낙관적으로 “어찌 되겠지. 뭐~” 이런 기조이다.

솔직히, 농협 직원들 중에서 나이가 50세 정도가 되는 간부직원이면 그리 답답할 것도 없다. 당장 망할 농협도 아니고, 합병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몇 년 버티고, 눈치(?) 받으며 조금 버티고, 그러다 보면 정년에 도달하니 그리 아쉬운 상황도 아니다.

그러니 40대 중반의 농협 직원들을 추스려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오랫동안 농촌지역 농협들의 직원들은 임금인상 이야기를 꺼내 보지도 못하고, 호봉수 승급에만 기대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보급이 충분하지 못한 부대를 전선에 내보내는 것과 같다.

지금 농촌지역의 다수 농협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고, 그런 내용들이 농촌지역에 가장 많이 보급되는 ‘농민신문’엔 언급조차도 되지 않는다. 농민신문의 경우 농촌 농협의 어려움은 기사화 하지 않아도 미담이나 농협의 합병은 발 빠르게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방식을 달리해 ‘혹세무민’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농업계, 냉혹히 비판해야

필자가 농업의 3선으로 분류한 조직은 지금 심각한 도덕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의 부패지수는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다른 공사에 비해 대표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으며, 농업계의 예산 집행은 부당하게 집행돼 회수-반납되는 금액이 상당하고, 학계 종사자들은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현상이다.

경제계의 표현대로 OECD 가입국으로서 매우 희한한 지수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 막말로 농업으로 먹고 살면서, 제대로 복무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조직과 사업에 대해서는 우리 농민들이 늘 냉혹히 비판해야 한다. 비판을 소홀히 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런 조직들과 그 조직에 매여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적극적으로 위기에 처한 농민들을 구난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

이 글이 헌신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소수의 3선 복무자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다수가 그러한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농업관련 3선 조직들은 법제화를 통하지 않으면 농업의 어려움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 공기업 직원, 공무원은 법-규정을 세밀화해 농업에 복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시장의 방식으로 농업의 어려움에 동참하게끔 유도가 가능한 것은 농협과 농업관련 산업종사자로 보인다.

종자회사, 농기계회사, 농자재회사들은 농민들이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뭉쳐서 살릴 기업과 기회를 줄 기업으로 구분하면 농민들에게 충분히 복무할 것으로 보인다. 규정-법으로 통제할 조직들이 있고 시장으로 관리해야 하는 조직들이 있는 것이다.

농협 직원들은 농민들이 개개의 지역농협들이 모두가 독립된 법인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한 가운데서 상호간의 모범적인 사업들을 베끼기-공유하기에만 주력해도 충분히 농민들에게 복무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관련자들에 대해서 비판하는 내용을 적었지만 정말 훌륭하게 현장에서 일하는 상당수의 복무자들이 계신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복무자들의 기를 꺾어 버린 예도 현장의 농민들에게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아래는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작은 예의 하나에 불과하다.

수탁과 위탁 사이, 억지 부리는 농민

추석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데, 이 시기가 되고 우리 지역의 주 농산물인 단감을 보면 조합장시기의 분노가 떠오른다. 조합장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던 2014년 가을 초입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지역 단감의 2%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조생종 출하에 앞서서 당시 기준, 3년 내에 서촌조생의 출하 기록이 있는 농가들에게 일일이 문자 보내고 전화해 농협의 공동수탁 출하를 당부했다.

수탁이기 때문에 ‘가격을 100% 책임지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선별하고 팔아볼 테니 믿고 달라’고 했었다. 많은 농가가 참여했고, 소수의 농가만이 농협으로 위탁 출하를 했다. 단감을 수탁 받은 농협은 엄격히 선별했고 소포장으로 출하했다.

그리고 추석 제수용으로 겨냥해 출하했던 단감은 상상 이상의 정말 좋은 가격을 받았다. 농협은 농민들의 동의하에 수수료도 높게 책정했고 수탁농산물의 가격을 정산했다.

시간이 지나서 수탁농산물의 정산 내역이 농민들에게 알려지자 일부 위탁 출하 농민들이 농협에 찾아와서는 행패(?)를 부렸다. 자기들의 위탁 단감도 가격을 올려 달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농협이 물어내라’고 하였다. 조합장으로서 직원들 보기에 부끄러웠다.

직원들이 출하실적이 있는 농가에 일일이 연락해서 수탁 출하를 부탁드릴 때는 응하지 않다가, 정산이 끝난 수탁 농가의 높은 가격을 위탁농가에 적용해 달라는 억지를 그 바쁜 시기에 몇 시간째 부리는 농민을 대하며 튀어나오는 욕을 참고 있었다.

직원들 보기에도 미안하고 이런 농민들과 ‘일을 같이 해야 하는가?’하는 자괴감이 들 시간쯤에,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그 농민들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참으로 쓴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 농민들이 조합장실에서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 아닌 말은 무엇이었을까? 참으로 부끄러운 말이었다. 그래도 필자가 몸담았던 동읍농협은 엊그제 농가를 위해 플라스틱으로 된 팰릿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참으로 한심한 농민들이 일부 있는 가운데서 눈물겨운 사업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순재의 농협 빗장풀기’를 매월 1회 연재합니다.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을 역임했던 김 전 조합장이 들려주는, 늘 곁에 있으나 잘 알지 못했던 농협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볼까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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