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민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일본연수
[기고] 농민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일본연수
  •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 승인 2018.09.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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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쌀생산자협회 해외연수 참가기
이수미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이수미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가수 이선희의 대표곡 ‘인연’이라는 가사처럼 취한 듯 만남은 짧았지만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쌀생산자협회 김영동 회장님을 중심으로 한 이번 일본연수가 나에게 그러하다. 농민들과 함께하는 연구소의 연구원으로써 나는 특히 ‘쌀’과 관련된 인연이 깊었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의 일본연수는 대한민국의 쌀을 책임지고 있는 멋진 농민들과 더욱 깊은 인연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일본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아이치현과 시즈오카현 일대였다. 쌀 산업 선도경영체 교육훈련이라는 주제로 일본 쌀산업 정책과 6차산업을 중심으로 동해농정국 아이치현지국을 시작으로 마지막 나구라 멜론농장까지 총 8곳을 공식 방문하였다.

첫날 나고야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아이치현 나고야 시에 위치한 동해농정국에서 1971년부터 추진된 ‘쌀생산조절정책 감반정책’부터 2014년 쌀값 대폭락으로 시행하게 된 ‘나라시대책’까지 전반적인 일본 쌀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일본은 지금까지 도도부현 별로 할당하던 쌀 생산량 목표를 2018년 폐지하며 수요에 맞는 생산으로 변화하게 된다. 일본정부는 지난 50여 년간 지속해오던 생산조정제로 전체 쌀 생산량을 줄이며 사료용 쌀, 쌀가루용 쌀, 대두, 밀, 보리 등의 생산을 장려하였다. 2008년 866만톤이던 주식용 쌀 생산량은 2017년 731만톤으로 줄었고 1만톤이던 신규수요용 쌀(쌀가루용, 사료용 등)은 54만톤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쌀값은 계속해서 하락했고 식량자급률도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있는 일본이 쌀 수급조절에 성공했고 정책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97년 1만8,717엔(현미 60kg당)이었던 쌀 가격은 20년이 지난 2017년 1만5,591엔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국에서 일부는 생산조정제로 쌀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쌀 생산을 더욱 유인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그러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타작물재배 사업은 쌀 생산량 감축이 아니라 전체 식량자급률 증가를 목표로 정책적 목표와 지원방향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이후 우리는 현장의 농민들을 만나기 위해 초록빛으로 물든 논으로 발길을 옮겼다. 일본 벼 재배농가가 선호하는 품종 1위는 현재도 ‘코시히카리’로 우리가 방문한 대부분의 농가도 코시히카리를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었으며 그 다음으로 아이치현에서 개발된 ‘아이치의 향기’, ‘아사히노유메’ 등 이었다.

지난달 21~25일 전국쌀생산자협회 농민들이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농민들은 아이치현과 시즈오카현 일대를 다니며 일본의 농업 현장과 양곡정책을 둘러봤다.
지난달 21~25일 전국쌀생산자협회 농민들이 일본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농민들은 아이치현과 시즈오카현 일대를 다니며 일본의 농업 현장과 양곡정책을 둘러봤다.

둘째날 방문한 쌀 전업농가 와키노콤바인농장은 쌀 50ha 경지면적과 타작물로 대두(20ha), 보리(5ha) 등을 생산하고 있었으며 코시히카리를 저농약 재배, ‘키누히카리’를 유기농재배하는 곳이었다. 젊은 후계농이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나카노농원,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지역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무몬복지회는 자연재배농법으로 쌀을 생산하고 있는 곳이었다.

셋째날 방문한 코쿠이농장은 재배면적이 360ha, 근로자가 40명이나 되는 대규모 농장이었다. 농장 바로 옆에 직매소를 운영하며 쌀과 대두, 된장, 간장, 두부, 과일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코쿠이농장은 독자적으로 퇴비를 연구개발해 그 퇴비를 사용하는 농가의 농산물을 직매소에서 판매하며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직판장으로 운영하고자 했다.

사람의 건강과 지역환경을 지킨다는 이념으로 경작면적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농업생산법인 ‘농건’, 농업의 다면적 기능에 대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여러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나구라농장을 마지막으로 설렘과 기대 가득했던 연수가 끝이 났다.

연수기간 동안 제19호 태풍 솔릭은 한국에, 제20호 태풍 시마론은 일본에 영향을 미쳤다. 아무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랐지만 비닐하우스가 날아갔고 잘 자라던 벼는 잠기고 쓰러졌다. 한국에 도착해 늦은 밤 집에 도착한 농민들이 곧바로 향한 곳은 아마도 찢기고 쓰러진 그들의 삶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해답은 언제나 현장, 그리고 농민들에게 있다는 것을 이번 연수를 통해 더욱 깨닫게 되었다. 일본연수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성과는 일본의 쌀 정책도 6차산업도 아니다. 바로 쌀생산자협회 농민들과의 소중한 인연이다. 한국농업과 쌀을 책임지고 있는 그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그 시간을 가슴에 담고 앞으로 일본에서 찾지 못했던 답을 그들과 함께 찾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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