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친환경농업 교류 물꼬 터야

북, 아이폼(IFOAM) 등 서방 유기농업 관계자들과 기술교류
북측 현실에 맞는 농자재 지원 및 기술교류 추진해야

  • 입력 2018.09.02 09:2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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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남북관계 개선의 방편으로 친환경농업 교류가 절실하단 주장이 친환경농업계에서 제기된다. 특히 북이 현재 추진 중인 자원순환형 농업체계에 맞춘 농자재 지원 및 기술교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단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북은 2005년 11월 23일 ‘유기산업법’을 제정했는데, 해당 법령 제1조엔 “유기제품의 생산과 품질인증, 수출입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인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국토와 생태환경을 보호하는 데 이바지한다”고 적시돼 있다. 먹거리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남측의 친환경농어업법과 달리, 북의 유기산업법은 ‘인민 건강’에 방점을 둬 건강한 먹거리 생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친환경농업을 통한 생태환경 보전’ 내용은 양측 법안에 모두 담겨 있다.

최근 북측의 유기농업 발전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내용 중 하나가 2012년 1월 신년 공동사설에 담겨 있다. 공동사설은 “농산과 축산을 결합하는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와 우리식의 유기농법들을 적극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명시했는데, 북측은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를 “서로 연관되는 생산공정·부문들의 생산물이나 부산물, 심지어 폐설물까지도 원료·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생산체계”라 정의한다. 이 고리형 순환생산체계는 북의 유기농업을 이해하는 열쇠다.

이와 함께 주목할 것은, 북이 현재 유기농업 기술교류를 유럽연합(EU) 및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아이폼), 스위스유기농업연구소 등 서방 세계 관계자들과 진행 중이란 점이다. 북은 현재 평양국제새기술경제정보교류사(PIINTEC, 핀텍)라는 단체를 통해 아이폼과 교류하고 있다. 핀텍은 북의 선진과학기술 보급을 추동시킬 목적으로 2003년에 만들어진 비영리단체로, 이곳의 부서 중 유기농업부에서 아이폼와의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핀텍은 아이폼과 함께 평안남도 숙천군의 협동농장인 쌍운농장(면적 800ha)에서 공동으로 유기농업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쌍운농장에선 사과, 클로버 재배 및 겨울밀·옥수수·감자 윤작을 실시하며 유기농 쌀을 오리농법으로 재배한다.

아이폼 아시아연맹 이사를 맡고 있는 정만철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쌍운농장 과수원에선 초생재배를 실시하는데, 이는 지력보전과 가축 사료 조달 목적이 있다”며 “농장 내 90ha의 과수원에서 연간 4회 풀을 베어 1회는 거름으로, 3회는 사료용으로 사용하면 연간 60두의 한우를 사육하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쌍운농장은 초생재배로 사료용 풀을 생산해 축산 생산성을 증대하고, 이를 통해 퇴비를 증산시켜 토양비옥도를 높임으로서 작물 생산성도 향상시키는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의 한 사례라 볼 수 있다.

핀텍-아이폼 간 교류는 북의 유기농업 발전에 기폭제로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점도 있다. 정 부소장은 “아이폼 등을 통한 유기농업 프로젝트는 유럽의 농업방식 및 농작물을 그대로 전수한 것이라 종자, 기술 등이 북의 농업환경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부소장은 이어 “북의 환경에 맞는 남측의 종자 및 기술, 농자재 지원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우선 남북 친환경농업계 간 상시 교류를 통해 서로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어떤 농자재가 필요한지부터 알아야 한다. 일방적 지원이 아닌 기술교류를 통한 상생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의 토양은 남측에 비해 유기질 함량이 매우 낮은 생흙으로, 남측과는 달리 화학비료 사용 시 효과를 보기 어려운 환경인 걸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기질비료를 비롯한 친환경농자재 지원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게 남측 친환경농업계 일각의 입장이다. 이해극 한국유기농업협회 회장은 “화학비료를 지원할 시 당장은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토양이 더 척박해질 수밖에 없기에 한계가 있다”며 “남한에 많이 남는 축분을 잘 발효시키거나 멸균처리해서 지원함과 동시에, 지력배양 효과가 높은 녹비작물의 지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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