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소멸 막으려면 농민수당 도입하라

  • 입력 2018.08.26 10:0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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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대번 표시가 난다 했던가. 지난 20일 전남 장흥군 장동면 장항마을, 사람이 떠난 빈집 마당을 가로지르는 거미줄 뒤로 한옥의 실루엣이 을씨년스럽게 보이고 있다.한승호 기자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대번 표시가 난다 했던가. 지난 20일 전남 장흥군 장동면 장항마을, 사람이 떠난 빈집 마당을 가로지르는 거미줄 뒤로 한옥의 실루엣이 을씨년스럽게 보이고 있다.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15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이라는 걸 감안하면 깨끗했다. 문승우 장항마을 이장이 집주인인 사촌들을 대신해 관리하는 폐가다. 전남 장흥군 장동면 장항마을엔 현재 24가구 47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마을엔 빈집이 3채 있다.

문 이장은 “예전엔 40가구가 넘게 있었는데 이제 우리마을에 사는 어린아이는 6살 1명 뿐이다”라며 “아기울음 소리가 끊긴 지 꽤 됐다”고 말했다. 문 이장은 “이장이니 우리 마을에 연고가 있는 객지의 사람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한다. 그래서 귀촌하러 1명씩 2명씩 사람이 오면서 유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올해는 군에서 인구늘리기 포상으로 마을회관 지붕을 고치고 비가림시설도 설치했다.

장항마을 주민 대다수는 벼농사를 짓는다. 규모는 평균적으로 수천평에 지나지 않는다. 문 이장은 “다들 나이가 들어 농사를 많이 지을 수 없다. 마을로 이사온 사람들도 농사를 짓지 않는 귀촌자들이다”면서 “젊은사람들이 마을에 들어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만약 농사가 공익에 이바지하는 점을 보상받을 수 있다면 보탬이 되지 않겠냐”고 기대를 걸었다.

장평면 진산마을은 고개를 넘고 물을 건너야 나오는 산골마을이다. 이 마을이 고향인 김주성씨는 5년 전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고자 귀농했다. 김씨는 벼농사 52마지기에 고추, 콩 등 밭농사도 겸하고 있지만 수입이 빠듯하다. 그는 “대부분 다락논이라 60마지기 이상은 늘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농사만으로는 힘들어 농한기엔 공사장에서 일거리를 찾는다”고 전했다.

김씨는 “겨울에 하우스를 지으려니 타산이 안 맞겠더라. 먼저 선배들이 약초재배에 나섰지만 다 접고 떠났다”라며 “농사로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돼야 하는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마을에 고립되기 십상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장흥군의 소멸위험지수는 0.242다. 0.5 미만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장흥군의 중심인 장흥읍내만 보면 이 지역이 심각한 소멸위험을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장흥읍내엔 아파트도 여럿 들어섰고 밤에도 편의점 불빛이 곳곳에 켜져 있다. 하지만 읍내를 벗어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장동면소재지는 한낮에도 거리에서 사람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그나마 5일장이 들어서는 장평면소재지에선 무더위를 피해 그늘에 모인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양동일씨는 “4년 전 귀농했는데 지금도 다 빚이다”라며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급정책으로 물량을 풀어버리니 농민만 죽어나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씨는 “면소재지라도 편의시설이 없어 장흥읍으로 나간다. 또, 사람이 없으니 장평면에 더욱 편의시설이 들어오질 않는다”라며 “농민수당으로 월 20만원이 지급된다면 여기선 큰 돈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한다면 농민수당으로 최소한 남아있는 농민들이 농촌에서 살 수 있게끔 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7월 현재 장흥군 인구는 3만9,557명으로 올해 들어 결국 4만명 인구를 지키지 못했다. 장흥읍 인구는 2013년 1만6,103명에서 2018년 7월 기준 1만5,576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장동면은 같은 기간 1,535명에서 1,391명으로 줄었고 장평면은 2,623명에서 2,224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장흥군만의 위기가 아니다. 전남은 이번 보고서에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소멸위험지역(소멸위험지수 0.47)으로 분류됐다. 전남지역 22개 시군 중 16개 군이 소멸위험지역에 해당됐다.

장흥군 도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박형대 전 전농 정책위원장은 “지역을 보면 결국 농민이 줄어든만큼 인구 수가 줄어든 것이다”라며 “장흥군은 장흥읍만으로 존재할 수 없고 농촌마을이 계속 유지돼야 지역의 생태환경이 유지된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도 농업·농촌을 유지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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