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저수지태양광’ 반대 집회

  • 입력 2018.08.10 13:27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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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지난 8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주민 200여명은 오지리 금연저수지 앞에서 수상태양광발전시설 설치 반대 집회를 열었다(사진).

금연저수지는 동송읍의 주산인 금학산 자락에 있어 경관이 뛰어나고 물이 맑다. 주변 마을 오지리와 상노리 일대 들판에 물을 대는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마을주민 정주권 침해, 저수지 경관 파괴, 수질 오염, 주민의견 무시한 사업 추진 등이다.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저수지 주인은 우리 주민이지 한국농어촌공사(공사)가 아니다. 공사는 저수지가 망가지지 않게 잘 관리만 하면 된다.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계획이 있었다면 가장 먼저 주민 동의부터 구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 모르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반대한다니까 서운하다고 한다. 주인은 우리 주민이다. 주민을 무시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흥원 상노리 이장은 “농어촌공사가 몇 년 전에는 저수지에 낚시터를 만들어서 임대를 줬다. 낚시꾼들이 모여들면서 물이 오염되고 쓰레기가 많아졌다. 관리 좀 하라고 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돈과 사람이 없다고. 그런데, 태양광? 돈과 사람 있으면 저수지 정비부터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주동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돈이 된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태양광사업에 뛰어든다. 야산은 물론이고, 축사, 시설작물재배사, 논밭에까지 발전시설을 설치한다. 난개발 때문에 걱정인데 공사까지 끼어든다. 에너지정책을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으로 전환하는 게 목적이라지만, 결국 수익사업하려는 거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금연저수지는 발전사업허가가 난 상태다. 공사에선 시설 설계를 하는 중이고, 이후 개발행위허가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한 사업에 허가가 날 수 있는지 철원군청에 문의했고, 철원군청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사업을 정지시킬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다급해진 주민들은 공사 본사에 주민 서명을 기재한 탄원서를 보냈다. 동시에 이미 준비된 답변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공사 철원지사에 최후통첩의 방법으로 집회를 택했다.

사태가 커지자 집회 당일 공사 철원지사 측은 주민의 뜻을 본사에 전달했다. 또한, 집회장소에 나온 김영구 철원지사 수자원관리부장은 주민들에게 사업 철회를 약속했다. 현재 주민들은 공사 본사에서 어떤 결정을 낼지 기다리고 있다. 만약 사업을 강행한다면 본사로 항의집회를 갈 생각이다.

그런데 금연저수지 사업을 철회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공사는 철원의 8개 저수지 중 4개 저수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금연저수지 말고도 잠곡, 하갈, 학 등 세 곳이 남아 있다.

당장 잠곡저수지부터 사업추진에 들어갈 계획이며 나머지 두 곳도 추이를 보아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잠곡마을에서도 반대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하갈저수지는 겨울철 재두루미 쉼터로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3,000마리 넘는 두루미류가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잠곡저수지 역시 생태경관이 뛰어난 곳이며, 학저수지는 이미 마을경관사업으로 둘레길 조성이 완료된 곳이라 주민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이 기승하는 2018년, 불법적인 축사 난립에 이어 태양광 난개발로 철원의 여름은 유난히 뜨겁고 무덥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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