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태양광의 역습

  • 입력 2018.07.22 08:00
  • 수정 2018.07.22 19:50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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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방극완(전북 남원)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산자락에 태양광 발전 패널들이 흔히 보인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발전을 생각하며 많은 태양광발전소들이 들어서고 있다.

짧은 장마가 끝나고 폭염의 무더위 속에서 복숭아를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고 이삭 거름을 줘야하는데 자꾸 미뤄지고 있다. 논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삭거름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야 벼 수확량이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삭거름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논이 장마 이후 우리 남원에 나타났다.

보절면 사촌리라는 마을에 태양광발전소를 짓기 위해 터를 닦아 놓은 부지 주변의 논이 그곳이다. 산을 개발하려고 조경업자가 소나무를 반출하고 토사유출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아 나타난 결과이다. 피해규모만 5.3ha에 달한다.

정부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올리고자 태양광 설치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탈원전 가치를 존중하지만 태양광발전소 개발로 몸살을 앓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이에 대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남원시청에 항의하러 갔더니 그 대응 태도가 가관이었다.

산림과는 “그거는 도시과에서 관리 감독해야한다”고 이야기하고 도시과에서는 안전재난과 소관이라고 하며 안전재난과에서는 “도시과에서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아주 환장할 노릇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당선의 기쁨도 있겠지만 피해에 아파하는 시민이 있는데 너무 나 몰라라하는 행정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임야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토사유출 등을 막기 위한 시설을 준비해야 함에도 그런 시설을 찾아 볼 수 없다. 예고된 인재인데도 “비가 와서 양계장도 침수됐고, 덕촌리 쪽에도 산이 많이 밀려 내려오고 있어요. 거기만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라며 비가 많이 와서 어쩔 수 없는 피해라고 둘러댄다.

인월면의 한 마을에도 태양광 때문에 시끄러웠는데 이번 장마에 토사가 길 쪽으로 내려와서 좀 치워달라고 시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토사를 치우는 굴삭기 기사가 민원인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있었다. 시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개인정보법에 위배된다고 잘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의 개인정보가 보호되기는커녕 이렇게 쉽게 노출된다는 거에 또 한 번 놀랐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진행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오히려 산림파괴, 농지피해, 부동산투기의 온상이 되면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무시되고, 농촌공동체는 무너지는 논둑처럼 돼버렸다.

남원시 임야의 경우 평당 2~3만원 정도로 거래됐으나 태양광업자가 평당 10만원에 매입하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관리감독 소홀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가 발생했는데 농민들에게 업자와 잘 합의하라는 행정의 모습에서 누굴 위해 행정이 존재하는지에 의문을 갖게 된다.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된 듯해 남원시 농민회에서 지리산생명연대와 같이 남원의 태양광발전에 대한 공청회를 준비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미 늦은 대책을 내놓을 때 하는 말이다. 하지만 또 다시 소를 키울 거면 외양간을 고쳐야하고 어떻게 외양간에서 탈출했는지를 알아야한다. 그냥 소는 떠났으니 외양간을 방치하자고 하면 안 된다. 같은 문제는 언제든 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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