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 물바다 된 보령 남포간척지
[ 르포 ] 물바다 된 보령 남포간척지
  • 장수지 기자
  • 승인 2018.07.08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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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인지 저수지인지 가늠 안 될 정도”
원인은 배수로에 수십 년 동안 쌓인 토사·수초
농민들 보수 요청에 기관은 예산 부족 핑계만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국 곳곳에서 집중호우에 의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남포간척지 인근의 침수된 농경지 주위에 농민들이 모여 대책을 성토하고 있다. 농민들은 “집중호우와 더불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배수로가 침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승호 기자
전국 곳곳에서 집중호우에 의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남포간척지 인근의 침수된 농경지 주위에 농민들이 모여 대책을 성토하고 있다. 농민들은 “집중호우와 더불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배수로가 침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승호 기자

 

“그나마 지금은 물이 좀 빠져서 도로고 뭐고 논인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어제 새벽까지만 해도 여기 전체가 그냥 물바다였다니까.”

지난 2일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간척지 인근에서 만난 농민이 탄식을 쏟아냈다. 농민이 가리킨 곳엔 저수지처럼 물이 가득 찬 논과 농로 중간의 물웅덩이 그리고 초록빛 잎 끄트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선 벼가 있었다.

남포면 소송리 인근에서 벼를 재배 중인 박완수 보령시농민회 사무국장은 피해 상황을 전하며 “집중호우 영향도 있지만, 이 지역은 적은 비에도 항상 피해가 발생하는 간척지 내 상습침수구역이다. 하상이 배수로 보다 높기 때문인데, 하천 준설 필요성을 지자체 및 관계기관에 지속 주장했지만 시에선 농어촌공사 담당이라고만 얘기하고 공사에선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단 입장만 되풀이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하상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모가 계속 잠겨있다고 보면 된다. 물 빠짐이 늦어질수록 모가 녹거나 바이러스 등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면서 “재정이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시정이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게 더 문제다. 보령시만 하더라도 관광에만 혈안이지 농업·농민을 위해 있는 예산을 투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인근 달산리 이장 김문수(64)씨는 “여기 배수로 좀 한 번 봐 달라. 토사며 수초로 덮여 있어 물이 빠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침수됐다고 찾아가 항의하면 몇 년 만에 한 번씩 중장비로 수초며 억새 눌러 밟고 토사 옆으로 밀어놓는 것 외엔 하는 게 없다. 항구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잠긴 논을 살피러 온 농민 강철중(58)씨도 “지자체에서 하는 걸 보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문제를 버티고 버티다 가래로 막는 형국”이라며 “수초 몇 번 눌러주는 대신 예산을 모아서 아예 정비를 하면 된다. 그러면 이후에 돈 들일 일도 없다. 그런데 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 마냥 뉴스에 나올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돈을 쏟아 붓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배수개선사업은 상습침수 농경지에 배수장, 배수로 및 배수문 등의 방재시설을 설치해 침수피해 방지와 안전영농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018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설명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사업비는 총 2,758억원으로 이는 전국 153지구에 소요될 예정이다. 하지만 배수개선사업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지역별로 예산을 쪼개고 나눠 사용하다 보면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관계 기관의 설명이다.

또 전국 용배수로 18만6,000km 중 53.7%를 차지하는 토공 용배수로 10만km도 문제다. 현대화되지 않은 토공 용배수로는 시간이 흐르면 토사 유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보령 남포간척지와 같은 피해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대대적인 개보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기도 하며 이를 위해 농민들은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공익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 안전영농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한편 태풍 쁘라삐룬과 장마전선에 따른 집중호우로 지난 4일까지 농작물 8,514ha가 침수됐으며 농경지 6.2ha가 유실됐다. 평균 191mm의 강수량을 기록한 충청남도는 지난 3일 농작물 침수 면적이 1,584ha에 달했고 충남도내에서도 가장 많은 양의 강우가 집중된 보령의 경우 411ha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4일 오전 7시 기준 모든 침수 농경지의 퇴수가 완료됐으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해 피해 상황 점검 및 조기복구, 농가 경영지원 등을 위한 후속대책을 신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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