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제대로 못 읽는 이명박 정부

  • 입력 2008.05.27 10:13
  • 기자명 관리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사설]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지난 22일 농민들은 전국에서 일손을 놓고 서울에 모여 ‘쇠고기 협상무효! 한미 FTA반대! 농민생존권 쟁취를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했다. 마침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한다고 해서 내심 농민들은 국민들의 여론을 수용해 ‘쇠고기 재협상’을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농민과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헤아리지조차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광우병 괴담 때문에, 그리고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해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민들과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에 조공 바치듯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날 담화의 많은 부분을 한미FTA 비준의 당위성을 강변하고 있는데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말로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움을 표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광우병 불안감이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는 대통령의 인식을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었으며,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 내의 문화마당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는 축산농가를 비롯한 농민 1만5천여명이 모였다. 이들 농민들은 한미 쇠고기 졸속협상을 강력히 질타하고, 한미 FTA 국회비준을 반대한다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축산농가를 절망에 빠뜨린 현 정부를 강력 성토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하지 안하느니 못한 것이 되고 말았다. 진심 어린 사과 대신 ‘재협상 불가’와 한미FTA 비준 강행을 천명하는 담화는 국민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른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쇠고기 협상이 잘 된 것이고 더 이상 고칠 수 없다면 왜 사과를 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단지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과를 한 것일까.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한미 쇠고기 재협상이고, 국정쇄신이었다. 특히 쇠고기 재협상을 통해 우리 국민의 건강과 검역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 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을 반드시 되돌려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한미FTA 국회비준은 지금 거론할 때가 아니다. 지난해 한미 FTA 체결후 약속했던 국회 차원의 검증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선대책 후비준’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 ‘선대책 후비준’은 FTA로 피해를 입은 산업분야에 대한 보상, 농업분야의 농가소득 보전대책 마련, 피해분야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며, 이는 농민들과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한미FTA는 이번 17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무산됐지만, 18대 국회에서라도 비준해야 한다면 국민적 동의를 우선 구해야 할 것이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한 후에 비준을 추진해도 늦지가 않다.

어떻든 최근 이명박 정부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고, 그 첫 번째는 바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