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반대, 쇠고기 협상 무효다”

농민 1만5천여명 참가, 여의도에서 전국농민대회 개최

  • 입력 2008.05.26 23:46
  • 기자명 연승우 최병근 손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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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도 일손을 돕는다는 농번기에 농민들이 또다시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서울 하늘 아래에 모였다. 이날 모인 농민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으며 외치는 구호에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지난 22일 한미FTA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는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농민 등 1만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 FTA 반대, 쇠고기 협상 무효, 농민 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현재 정부의 개방농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한미FTA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가 22일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농민 등 1만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미 FTA 반대, 쇠고기 협상 무효, 농민 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있다.
농민대회에 앞서 축산대책 촉구 결의대회에서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 보다 더 심각한 상황 발생해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회장은 “축산농가 3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왜 이들은 생을 포기해야 했나. 대한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정부냐 미국의 한개 주에 속하냐.”고 정부에 따져 물으며 생존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축산대책 촉구 결의대회 이후 대학생들의 문예공연이 이어진 뒤 본대회가 이어졌다. 전성도 전농 사무총장, 홍준근 농단협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본대회는 ‘한미FTA 반대, 굴욕적 쇠고기협상 무효화하라’는 구호로 시작했다.

윤요근 농민연합 상임대표는 대회사에서 “이 나라 이 땅에서 우리 국민들의 생존권을 말살하고 자손만대로 처절한 치욕으로 남을 한미FTA 농업생존권 쟁취를 위해 여의도에 모였다. 에너지 값은 오르고 , 곡물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농업인은 사료, 비료값 상승으로 나날이 목 죄어지고 있다.”고 농촌의 현실을 설명했다.

윤 대표는 또한 “한미FTA가 체결되면 농업, 농민도 사라지고 그로 인해 국민의 삶이 피폐해 진다고 그동안 주장했다. 이제 시작한지 3개월밖에 안된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데 앞으로 기나긴 세월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탄했다.

이날 농민들의 울분과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해 연대발언에 나선 김용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대표는 “평범한 아줌마이며 소시민”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뒤 “농민들이 몸을 던져 쌀 개방을 막아줬기에 우리는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비켜가고 있다. 농민여러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광훈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대표도 “우리 농민은 기타 국민이 되고 있다. 정운천 장관이 뭘 아느냐.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기는 됐는데 그 이튿날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카길사, 몬타나 카우보이 쇠고기 판매과장으로 전락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마음고생 몸 고생, 기름값 걱정, 축산물 파동 걱정, 미친 소가 휘두르는 뿔따구질 때문에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우리축산 농민들 지금 축산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분들이 저에게 묻고 싶지요?”라고 농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저도 대답할 길이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난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정신을 잃어버렸다.”고 강력 규탄했다.

그는 농촌현실에 대해 “축산농가들은 지금 사료를 사야 하는데 대출도 한도가 차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양계농민은 생계가 막막해서 땅을 치며 절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한미 쇠고기협상에 대해 “부시에게 한미쇠고기 협상 조공으로 바쳐버렸다. 어떻게 용납할 수 있나. 이를 바꾸고자 국민이 일어서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재협상 아니면 방법 없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 이어진 연대발언과 문화공연으로 시간이 갈수록 햇살이 뜨거워진 만큼 농민들의 열기도 더해졌다.
한도숙 전농 의장도 연단에 올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번 쇠고기협상문제와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엎드려서 사죄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대국민 담화에서 한미FTA를 체결시키기 위해 우리 경제에 엄청난 도움을 줄수 있다고 호도하며 FTA체결에 협조해 달라고 하더라. 그러나 과연 FTA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또 “식량위기의 세계에서 나는 곡물을 싸게 사서 비쌀 때 팔고 있는 카길과 같은 회사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전 세계 민중들은 굶어 죽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하며 이것이 FTA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대회가 막바지로 이르자 노래패 ‘소리타래’가 올라 눈물에 젖은 농민가와 아리랑을 불렀으며, 선언문을 낭독한 후 모형 소를 불태우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농민대회가 끝난 후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참석자들은 청계천 광장으로 이동해 오후 7시부터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촛불문화제에서는 1천여명의 농민들이 참석했으며, 여성농민 노래패인 청보리사랑이 나와 노래를 불러 농민들과 함께 흥을 돋궜다.

농민들은 서울시민들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반대의 뜻을 같이 했으며 오후 9시 이후 각자의 지역으로 귀경했다.

 〈연승우·손원진·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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