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가격 바닥 … 출구 없는 매실농가

사상 첫 1만원대 월평균가격
내년·내후년 전망도 어둡고
전환할 작목도 마땅치 않아

  • 입력 2018.06.24 11:0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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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좀처럼 오를 기미가 없는 매실 가격에 농민들이 시름을 겪고 있다. 지난 6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계산리의 매실농원에서 한 농민이 매실을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좀처럼 오를 기미가 없는 매실 가격에 농민들이 시름을 겪고 있다. 지난 6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계산리의 매실농원에서 한 농민이 매실을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매실 수확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지만 올해도 농민들의 주머니는 홀쭉하다. 몇 년째 바닥을 기어 온 가격은 한층 더 내려갔고 앞으로도 좀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에 빠진 매실농가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0kg에 3만~4만원을 호가하던 매실 도매가격(상품)은 2014년을 기점으로 5년째 2만원대 초반에 묶여 있다. 상품 도매가격이 2만원이라면 일반적인 농가의 평균수취가는 1만원 혹은 그 이하가 된다. 수확을 해도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농가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올해는 좀 나아질까 했지만 야속한 가격은 오히려 더 떨어져버렸다.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가락시장 매실 10kg 평균 도매가격은 1만9,234원. 수확 끝물임을 감안하면 월말까지 가더라도 사상 최초로 6월 평균가격이 1만원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하루이틀씩이나마 반짝 3만원대를 찍던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일평균 최고가도 2만5,000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형편없는 가격에 올해도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나오고 있다. 수요가 줄자 활발하던 택배거래도 씨가 말랐고, 구두로 친환경 납품계약을 한 농가의 경우 상인들이 등을 돌려 졸지에 판로를 잃어버린 처지가 됐다.

문제는 이같은 가격 하락세가 작황호조 등 일시적인 요인이 아닌 만성적 소비침체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강남규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매실청을 담그는 번거로움을 젊은 층이 이어받으려 하지 않는데다 터무니없는 왜곡보도들 탓에 소비가 많이 줄었다. 매년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지금 추세론 내년·내후년에도 전혀 전망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경매사는 광양·순천·하동 등 매실 3대 주산지 외엔 작목전환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농가로서는 작목마다 폭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작목을 바꿀 수도 없다. 전남 구례의 매실농가 백만도씨는 “작목을 바꾼다 해서 나아지리란 보장이 있다면 바꾸겠지만, 지금 농업 상황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더욱이 매실농가들도 대부분 고령화돼서 이제와서 새로 뭔가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며 탄식했다.

극심한 가격 부진에 주산지 지자체들도 판촉행사나 가공업체 납품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무너진 가격수준에 부합할 만한 적극적인 대책은 없는 실정이며 실질적으로 매실농가의 생계를 지지하기엔 역부족이다. 끝없는 소비침체의 늪 속에서 매실농가들은 여전히 출구를 잃고 헤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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