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창고라고 지어줬는데, 혼자서 쓴다”
“공동 창고라고 지어줬는데, 혼자서 쓴다”
  • 한우준 기자
  • 승인 2018.06.17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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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동체 사례로 본 마을 보조사업의 허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마을 보조사업 예산으로 세운 공동시설을 개인이 점유해 사용하는 사례가 있어 관계기관의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사과 저온저장고 모습. 한승호 기자
마을 보조사업 예산으로 세운 공동시설을 개인이 점유해 사용하는 사례가 있어 관계기관의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사과 저온저장고 모습. 한승호 기자

사과 주산지인 충남 예산의 한 사과 생산 특화 마을.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장과 숙박시설, 공동저장창고 등을 갖춰 제법 그럴 듯하게 6차 산업에 부응하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체험 마을이나 권역형 사업이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한 뜻으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마을에선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보조 사업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지 못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과 저장용 공동 창고가 문제였다.

이 마을의 공용 저온저장고는 이름이 무색하게 사실상 주민들이 사용을 꺼려하고 있었다. 마을을 돌며 만난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창고는 사실상 개인용’이라는 말을 어렵게 꺼냈다.

“우린 전혀 안 써요. 몇몇만 쓰는 것 같던데…. 사실 나도 쓰려고 했는데 못 그랬어. 근데 이건 왜 물어봐요?”

내용을 묻기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대답하는 사람도 조심스러워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한 여성농민은 불만을 가진 듯한 느낌이었지만 행여나 자신의 발언이 문제를 일으킬까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한사코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그를 뒤로하고 더 자세한 내막을 찾으러 나섰다. 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과수원에서 나무를 돌보고 있는 또 다른 여성농민을 붙잡고 물어본다.

“창고가 있지. 근데 사이가 틀어져서 이젠 안 써.”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끼리 공간 배분 문제로 분쟁이 생긴 것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뜸을 들이던 그는 어디서 나왔냐고 묻더니 신문기자라는 말에 진짜 이유를 얘기했다.

“창고가 개인 부지에 있고 들어가는 걸 땅 주인이 싫어하는데 어떡해. 결국 나라 돈으로 자기 창고 지은 그 사람만 호강한 거지 뭐. 우리는 우리 돈으로 창고 지어서 따로 쓰는데.”

또 다른 한 사람은 실상을 알려주는데 매우 적극적이다.

“창고가 개인 부지에 있으니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더라고. 왜 그런 거 있잖아. 들어가게는 해주는데 묘하게 싫은 기색 내보이는 거. 몇 번 쓰다가 결국은 포기했어. 왜 공용으로 쓰라고 사 주는 농기계도 그렇고 못자리 하라고 짓는 하우스도 그렇고 결국은 다 이런 식이야.”

이 농민은 작년엔 나름의 판로를 찾아 수확기에 사과를 팔았지만 저장고를 쓸 수 없는 것을 여전히 아쉬워하면서도, ‘마을에서 쫓겨날까봐 무섭다’며 마을 이름과 자기 이름을 싣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마을 이장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해보니 “여럿이 잘 쓰고 있다”는 무뚝뚝한 답변만 돌아온다.

예산군청 관계자는 10년 전 사과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가 지어진 뒤로는 저장고 보조 사업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예산군 내 다른 지역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농민 우성진·이희만 씨는 “예산에서 APC가 큰 규모와 복합적인 기능을 토대로 출하유도를 하고 있긴 하지만 농민들이 원하는 물량을 전부 수용할 수 없는 만큼 개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허경만 씨 등 응봉면에서 만난 농민들은 “응봉면에도 농협에서 지은 공동창고가 있었지만 여럿이서 쓰기 번거로워 그 용도로 쓰이지 않은지 오래됐다”며 “고령이고 규모 작은 농가들이 저장 능력을 갖추는 건 판로를 찾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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