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관원의 강압적 인증관리 조치에 농민들 분노
농관원의 강압적 인증관리 조치에 농민들 분노
  • 강선일 기자
  • 승인 2018.06.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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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 정한 자체 기준도 미준수 … 사실상 무작위 단속
농관원, 한 발 물러나 “당분간 현지지도·교육·시정 조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친환경인증 기준 위반 우려 농가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조재호, 농관원)이 자체 기준까지 어기며 무리한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농관원은 지난달 내내 친환경인증 농가를 대상으로 유해물질 분석 관련 전수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농관원의 입장은 인증기준 위반우려가 높은 취약시기에 중점 검사를 실시하겠단 것이었다.

농관원이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기준은 △최근 1년 이내에 생산물에서 금지물질이 검출된 경우 △최근 3년 이내에 인증기준 위반 이력이 있는 경우 △비(非)허용물질 사용흔적 발견 등 인증기준 위반 개연성이 있는 경우 △검출율이 높은 인증종류 △잔류물질 검출 경력자 우선 조사 등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러한 조사대상 기준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위의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농가들에 대해서도 농관원 직원들이 불시에 들이닥쳐 모판이나 씨앗, 흙 등을 무분별하게 가져가고 있다.

최동혁 충남 부여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달에도 농관원 직원들이 불시에 방문해 작목반 회원 중 몇 사람을 지목하면서 그들의 종자를 거둬갔다”며 “인증 관련 검사야 늘 받았지만 종자를 수거해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우린 거리낄 게 없었기에 자가채종한 종자를 제출했고 조사결과 문제도 없었지만, 예년에 비해 단속 정도가 강화됐단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이 지적한 문제는 최근 농관원이 발표한 유기종자 인증심사 및 사후관리 지침 강화 건과 연관되는 사안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사 과정에서 다시금 인증취소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충남 천안시에서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박긍종 씨는 올해 4월말 농관원 직원들이 경작지 주변 땅에서 주워간 벼 씨앗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단 소식을 지난달 초 들었다. 박씨는 그 동안 인증기준을 위반한 적도, 생산물에서 금지물질이 검출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농관원의 ‘불시검문’ 시 수거한 씨앗에서 농약이 검출돼 인증취소 통보를 받게 됐다.

박씨는 민간인증기관에 본인의 작물 및 종자, 토양 등을 갖고 가 재검사를 수차례 해 농약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걸 밝혀냈다. 박씨는 그 결과물을 갖고 농관원 충남지원을 방문해 농관원 차원에서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관원 대전지원 측은 “재검사를 한 전례가 없다”며 거절할 뿐이었다. 박씨는 “전례가 없으면 전례를 만들어서라도 억울하게 피해 보는 농민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농업계는 계도·교육보다 단속에 철저히 방점이 찍힌 농관원의 조사방식에 대해 농민들이 문제 제기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한다. 이에 더해 최근 제기된 자발적 인증포기 농가에 대한 인증취소 처분, 유기종자의 인증심사·사후관리 지침 강화 건과 관련해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직접 농관원장과 면담하기도 했다.

농관원은 친환경농업계의 문제 제기에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농관원이 ‘친환경농업 개혁과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상임대표 김영재 친농연 회장)’에 보낸 현안사항 검토 관련 답변서에 따르면, 농관원은 인증포기자의 인증취소 예외사례를 추가로 발굴하고 인증품 생산의지가 있는 농가가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농관원은 이어 종자·묘에 대한 인증 관리 방안에 있어서도 “시범운영기간을 내년 12월말까지 도입해 종자·묘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며 “시범운영기간 동안은 현격한 인증기준 위반이 아닐 시 현지지도 및 교육, 시정 등으로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환경농업계는 근본적으로 농관련 기관의 친환경인증제도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단 입장이다.

한석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친환경농가에서 농약이 검출될 시 그 원인에 대한 규명은 전적으로 농가 책임”이라며 “정작 역학추적을 통해 농약이 혼입된 구체적 원인을 파악해야 할 농관원은 그러한 임무를 하지 않고 농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개중에 억울하게 인증 취소당한 농민들은 제대로 소명할 기회도 없다. 이러한 인증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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