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마다 번지는 매실 독성 논란 … 고통은 농가의 몫

씨앗에 극미량 함유 … 1년 숙성 시 소멸
해명자료 충분함에도 자극적 보도 되풀이

  • 입력 2018.06.08 15:48
  • 수정 2018.06.10 11:4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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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매년 수확기에 임박해 쏟아지는 부정적인 보도로 매실농가가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실체 없는 위험성 논란으로 인해 소비가 급감하고 가격은 바닥을 치고 있다.
매년 수확기에 임박해 쏟아지는 부정적인 보도로 매실농가가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실체 없는 위험성 논란으로 인해 소비가 급감하고 가격은 바닥을 치고 있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매년 매실 수확기가 되면 매실의 독성을 부각하는 방송과 뉴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들이 충분히 제시되고 있음에도 자극적인 내용만을 강조하는 이들 미디어로 인해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매실은 전성기인 2000년대에 도매가격이 kg당 4,000원을 넘나들었고, 불과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000원대의 가격으로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선사했다. 그러나 2014년 2,000원선으로 반토막난 가격은 지금까지 좀체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양상의 가격 하락은 생산 증가보다도 소비 감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14년은 때마침 매실의 독성 논란이 한창 활발해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 후 매년 수확기와 맞물린 부정적 보도들이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극단적으로 청매실을 ‘먹어선 안될 것’으로 규정한 2016년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발언은 지금까지도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달 31일엔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교수가 공중파 아침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해 재차 매실의 독성을 언급하며 인터넷 실시간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매실은 굉장히 몸에 좋다”고 강조하며 매실에 관한 과학적 정보를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방송 이후 ‘매실 씨에 청산가리 있다’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다시 한 번 인터넷을 뒤덮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외우고 있는 매실 씨의 독성 이름은 ‘아미그달린’이다. 매실뿐 아니라 복숭아·살구·자두의 씨에도 있는 성분이며 과육이 덜 익었을수록 함량이 높다. 매실에서 유독 논란이 되는 이유는 대개 완숙되기 이전인 청매실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먹는 식재료 중엔 독성을 가진 것들이 많다. 감자는 싹을 잘라내야 하고 고사리는 끓는 물에 데쳐야 하며 아몬드도 볶아야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 매실의 독성을 제거하는 수단은 숙성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매실은 청을 담근지 3개월째부터 아미그달린 함량이 줄어들기 시작해 1년이 경과하면 완전히 소멸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매실 내 아미그달린 함량은 매우 적어서 매실 씨 수십개를 모아 기술적으로 독소를 추출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는 정도다. 지금껏 매실 생과나 덜 숙성한 매실청을 먹어서 문제가 된 사례는 드러난 바 없다. 아몬드를 생으로 먹는다고 해서 탈이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완숙되지 않더라도 망종(6월 6일) 이후 수확한 매실을 사용하면 굳이 1년 씩이나 숙성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다.

제기되는 위험성 자체에 뚜렷한 실체가 없는데다 안전하게 먹는 방법까지 충분히 소개된 상황이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매체들이 자극적인 소재를 앞다퉈 조명하는 사이 매실 농가들만이 수확기마다 바짝바짝 피를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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