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희망 만드는 농촌협동조합③] 사회적협동조합 ‘별빛’

아이들 웃음꽃에 마을이 들썩들썩

  • 입력 2018.05.25 10:54
  • 수정 2018.05.25 10:5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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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서다. 매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지키며 지역에서 희망을 만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현주소를 조명하고자 한다.

‘농촌유학’으로 꿈 꾼 마을공동체 복원 … 노인복지·협업농장 등 사업 다양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로 농촌유학을 온 학생들이 사회적협동조합 ‘별빛’ 건물에 마련된 식당에서 급식을 받고 있다. 농촌유학이 시작되기 전 10여명에 그쳐 폐교가 거론됐던 인근 송화초교의 학생 수는 현재 40여명으로 늘었다. 한승호 기자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로 농촌유학을 온 학생들이 사회적협동조합 ‘별빛’ 건물에 마련된 식당에서 급식을 받고 있다. 농촌유학이 시작되기 전 10여명에 그쳐 폐교가 거론됐던 인근 송화초교의 학생 수는 현재 40여명으로 늘었다. 한승호 기자

적막하기만 했던 강원도 춘천의 한 산골마을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마을로 변모했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와 인근 마을들이다. 그 비결은 사회적협동조합 ‘별빛’이 운영해온 ‘농촌유학’이라는 교육사업에 있다. 농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일정 기간 부모 곁을 떠나 농촌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니고 방과 후엔 교육센터에서 운영하는 제과제빵, 목공, 재봉틀 등 의식주 중심의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난 21일 만난 윤요왕 별빛 대표는 “보통 유학이라고 하면 외국이나 도시를 생각한다. 하지만 농촌유학은 아이들이 산골농촌의 자연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먹고 마음껏 뛰어 놀며 자율적으로 받고 싶은 교육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별빛은 안정화된 교육사업을 넘어 노인복지와 귀농귀촌인 협업농장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의 꿈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총회를 통해 기존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에서 사회적협동조합 별빛으로 명칭을 바꾸고 정관을 변경,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조아래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것이다.

별빛은 이미 교육사업 외에도 농촌 어르신들의 전기나 가스, 보일러 고장 등을 고쳐드리는 ‘산촌마을 119’,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행복한 만남, 시골장터 ‘바람꽃’, 마을축제, 봉고차를 이용한 교통봉사 등을 해왔다. 윤 대표는 “노인복지는 수혜의 의미가 아니라 마을과 함께한다는 측면이고, 한편으로는 감사함의 표시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오셨기 때문에 아이들이 환경을 누리며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별빛의 태동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부분의 부모가 농사를 짓고 있는데다 방과 후나 방학이 되도 아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았고, 학원차도 안 들어오는 지역이라 교육복지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던 터. 당시 한 아이가 방과 후 친구들과 놀다 해질 무렵 집으로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모들이 모여 안전한 돌봄의 필요성을 공유했고 그해 겨울 마을회관서 공부방을 시작해 2007년엔 지역아동센터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마을 내 송화초등학교의 학생 수가 12명까지 줄면서 폐교 얘기가 돌았다. 병설유치원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윤 대표는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 사람의 유입을 막는 결과로 돌아오고, 농촌마을은 점점 더 황폐화될 것”이라며 “해결방법을 고민하다가 일본의 산촌유학을 알게 됐고, 이후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틀 속에서 2010년 처음으로 4명의 농촌유학생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학교는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고, 농촌유학은 교육환경이 좋다는 입소문까지 퍼졌다. 아이를 농촌유학에 보냈다 부모가 함께 내려와 졸업할 때까지 사는 경우도 생겼다. 현재 학교의 전교생은 40여명 정도로 늘었고, 이 중 농촌유학을 온 도시아이들은 17명이다. 자연스레 귀농귀촌인도 늘고, 젊은층의 유입도 뒤따랐다.

윤요왕 사회적협동조합 ‘별빛’ 대표는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선 마을공동체의 복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윤요왕 사회적협동조합 ‘별빛’ 대표는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선 마을공동체의 복원이 필수”라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윤 대표는 농촌유학엔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고 한다. 기숙형이 아니라 토착주민의 농가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점과 농촌유학생과 동네 아이들이 학교에서부터 교육센터까지 함께 지낸다는 점이다. 당연히 아이들에겐 마을이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자녀들이 다니는 마을에 관심을 갖고 왕래하니 자연스레 도농교류로 이어졌다. 일사일촌 등의 형식적인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아이들의 꿈이 부모와 함께 마을에서 사는 것이라고 답할 정도다. 아이들이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다.

농촌유학은 또한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된다. 별빛이 선정한 농가에서 손주를 키우듯이 2명의 아이를 돌본다면 연간 1,000만원 정도의 농업외소득이 발생한다. 농업소득이 1,000만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돈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현재 별빛엔 생활교사와 급식담당자, 노인복지 전담, 공익근무요원 등 11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조합원도 50명이 넘었다.

물론 넘어야 할 큰 산도 있다. 재정과 인적자원 부분이다. 인적자원은 젊은층이 유입되면서 다소 해결됐지만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재정적 지원이 필수다. 윤 대표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광역지자체와 교육청이 협약식 등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농촌유학 의무화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도농교류의 작은 끈이지만 굉장히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서다. 다행히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농촌활성화 부분에 농촌유학이 포함된 점은 긍정적이라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사회적 약자의 기준으로 사회를 바라봐야 그 사회의 격이 나온다”며 “농가소득이 높은 것보다 농촌의 약자인 노인과 아이들이 행복하고, 그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을이 지속가능한 농촌”이라고 강조했다. 품앗이와 두레는 물론이고 관혼상제조차 희미해진 농촌마을에서 교육을 매개로 시작된 마을공동체 복원 도전이 아이들과 어른신들의 행복한 웃음 속에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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