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지역농정개혁에 앞장서는 ‘지방의 반란’

농업·농민은 지역경제·지역사회의 바탕
지방소멸의 위기 불러온 농업해체·농민파탄 정책 버려야

  • 입력 2018.05.25 10:46
  • 수정 2018.05.25 10:47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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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헌중 (재)지역재단 상임이사
허헌중 (재)지역재단 상임이사

촛불정부를 자처한 문재인정부가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과 농정대개혁’을 약속했지만 뚜렷한 청사진은커녕 농민이 체감하는 개혁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선7기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농업·농민은 지역경제·지역사회의 바탕이다. 오늘 ‘지방소멸’이 회자되는 것은 농업·농민의 해체와 쇠퇴 탓이다. 지방자치를 책임지겠다는 단체장·의원 후보들이 농업·농민을 살릴 비전과 대책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자체 살림을 맡겠다고 하면 말짱 거짓말이다. 농업·농민 없이 지역이 없으며, 전면개방시대에 고령화·과소화하는 농촌을 살리지 못하고서는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민선7기 지자체는 자치분권에 관한 제구실을 못하는 것을 중앙집권 탓으로 돌리거나 청와대와 중앙정부만 쳐다보는 무능력과 무책임을 버려야 한다. 자치분권개헌이 국가적 당면과제가 된 상황에서는 지자체들이 지역과 농업을 살릴 수 있는 중앙농정의 패러다임 전환과 과감한 개혁을 중앙에 직접 촉구해야 하며, 농민과 우리 먹거리를 외면한 채 경쟁력주의와 수입먹거리에 좌우되는 중앙집권적 국가농정을 혁파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여기서 나아가 ‘지방의 반란’, ‘지방의 역습’을 저질러야 한다. 국제경쟁력 강화, 규모화와 기업농화, 효율주의와 ‘억대 농부’ 등 오늘 지방소멸의 위기를 불러온 농업해체·농민파탄 정책을 과감히 버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잘못된 중앙에 ‘NO’라고 말하며, 자기 지역 농업·농민을 살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비록 대도시나 잘 나가는 지자체보다 가진 것은 없지만 알뜰살뜰 자체재원을 모아 농촌을 살리고 지역을 지속 발전시킬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정부 시절 중앙정부로부터 핍박을 받았던 뜻있는 지자체들의 최저가격보장정책이나 올해부터 강진군이 시행하는 ‘농민수당’ 정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작지만 빛나는’, ‘잘못된 중앙에 도전하는 지방의 반란’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회 입법 탓으로 돌리며 농민·소비자·정부가 협치하는 대통령직속 농특위를 방기하는 데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 단체장직속 농특위(‘자치농정위원회’)를 만들어 협치농정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더 이상 전시성 행사나 토목업자 배불리는 공사를 그만두고 알뜰살뜰 자체재원을 모아 ‘농민수당’ 정책이나 최저가격보장정책을 서둘러 할 수 있다고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물가 핑계에 독과점 식품자본 눈치를 보며 모른 척하는 GMO완전표시제를 지지하고 지역 내 ‘GMO 급식 퇴치’를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한 우리 먹거리 공적조달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울러 친환경의무급식 전면화는 물론 어린이집과 복지시설 등 관내의 단체급식 모두에 우리 먹거리 조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급식·공공급식·로컬푸드 육성을 통합관리하는 먹거리위원회와 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앞장서 해야 할 개혁과제다. 특히 여성농민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관련 센터를 설치·강화하여 읍-면-마을로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과제이며, 품목별·지역별·기능별로 농민협동조직을 튼튼히 조직하고 생산부터 소비유통까지 책임지도록 집중 육성·지원하는 것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 하겠다. 이밖에도 중앙이 외면하지만 지역이 도전해야 할 지역농정 개혁과제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 하나하나가 잘못된 중앙정책에 대한 쉽지 않은 도전일 수 있다. 중앙집권적 관료지배체제와 우리 농업·식탁을 지배하는 자본지배체제 아래서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촛불에서 우리가 체득한 것은 한두 사람에서 시작한 대중의 직접행동이 역사를 바로 완성시킬 수는 없어도 물꼬를 트고 계기를 만들고 변화를 부채질한다는 점이다. 작지만 빛나는, 이와 같은 지역의 도전과 반란들이 중앙의 변화를 강제하는 데 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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