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도박농사, 이제는 끝장내자

  • 입력 2018.05.20 00:01
  • 기자명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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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세상에는 승부욕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르는 도박이 있다. 바로 농민들이 어떤 농사를 지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그렇다. 그 농사가 대박을 터트릴지, 쪽박을 찰 지 모르는 선택을 농민들은 1년에도 몇 번씩 한다.

5월 15일 농민들이 또 서울로 올라왔다. 대파 때문에 올라왔던 농민들이 한 달 여 만에 양파와 마늘 때문에 또 서울로 향한 것이다. 농정을 책임져야 할 장관도 없고, 청와대에서 이 대책을 맡아야 할 비서관도 사라진 마당에 농민이 아닌 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나 하는지 걱정이다. 실제로 대파를 트럭째 싣고 서울로 향한 농민들이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과 가락시장에서 대파를 쏟아 붓는 시위를 한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주말, 농촌체험을 온 도시민들에게 최근에 먹을거리 관련 사건에 대한 질문을 하였으나 이런 농민들의 시위에 관한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관심사 속에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가격이 폭락하는 농산물이 있으면 폭등하는 농산물도 있다. 올해 감자가 그랬다. 정부의 대책은 감자 수입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렇다. 가격 폭락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지만 가격 폭등으로 인한 농민들의 이득은 없다. 바로 수입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올해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농산물의 가격폭등과 폭락은 끊임없이 한해에도 몇 번씩 농산물을 바꿔가며 발생해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밭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절망이 있었지만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더 이상 언론의 주목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 농사 자체가 도박인 세상에서 농민들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오로지 운에만 맡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그 운에 손을 대기는 한다. 문제는 정부가 손을 대는 방식에 있다. 소위 전문가들은 누구나 이렇게 농산물 가격이 널뛰기 하는 것이 수급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수급에 대한 실질적인 예측이 필요하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최소한의 해결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농민들이 더 이상 도박농사를 짓지 않기 위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체 국민들이 소비하는 농산물의 품목과 수량에 대한 예측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원칙을 세울 수 있으면 된다. 한 가지 작물에 모든 것을 거는 도박이 아니라 골고루 농사지어도 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무안하면 양파를 생각하지만 양파를 살 때 산지가 무안인지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마늘하면 의성을 생각하지만 마늘을 살 때 산지가 의성인지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농산물에 굳이 지역특산물이라는 이름을 붙여 도박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지역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필요한 농산물을 우선 농사짓도록 하면 된다. 시장경제가 아니라 계획경제가 농업에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 대목에서 문득 궁금하다. 전국 마늘 생산량의 25%, 양파 생산량의 47%, 파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전남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할 농식품부 장관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도지사로 출마했다. 그 후보는 어떤 농정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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