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과 농업

  • 입력 2018.04.22 13:31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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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소농, 농지, 농가부채, 농협 등 농업을 둘러싼 수도 없이 많은 문제들이 시대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며 농업문제의 본질로 부각됐다. 그러나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각론에 불과해졌다. 수입개방이 농업의 모든 문제를 압도하게 된 것이다.

최소시장접근 방식이라는 형식으로 쌀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이미 쌀을 자급하고 있는 마당에 농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쌀이 수입된 것이다. 초기에는 수입량이 얼마 되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지만 농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은 실로 지대했다. 쌀은 주식이고 농가소득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넓은 면적에서 가장 많은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또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도 그 중요성은 일일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쌀 수입은 농산물 개방의 전초전에 불과했다. WTO 출범으로 빗장이 열리기 시작한 우리의 밥상은 연이어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 농축산물에 완전히 장악됐다.

세계화 시대에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기조 아래, 이름하여 ‘개방농정’의 깃발이 높이 올라갔다. 구조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농민과 농업·농촌에는 구조조정의 광풍이 몰아쳤다. 절반 이상의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야 했고, 남은 농민은 빚더미에 앉았다.

‘농업의 세계화’, ‘농업구조개선’이라는 개방농정의 목표가 허망한 꿈이었다는 사실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모두 확인됐다. 그러나 농정당국은 아직도 농정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은 결코 농업을 발전시키거나 농민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이는 농산물 수입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산물 수출국 역시 마찬가지다. 농산물의 자유무역은 전통적 농업생산체계를 붕괴시키고 자본의 농업 진출을 도모해 농촌사회문화를 붕괴시켰으며 농민들은 농업노동자로 전락했다.

강원도 홍천 양돈농장에서 축산폐수를 오랫동안 방류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이 있다.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폐수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양돈농장 사장은 이곳에서 돈을 벌어 시내 아파트에서 쾌적한 생활을 하고 있다. 농장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며 일을 하고 있다. 소자본에 의한 문제가 이러한데 대자본의 농업 진출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인가?

결국 농촌사회 문화는 사라질 것이다. 농민은 대자본의 노동자로 전락하고 농업은 농산물의 효율적 생산만이 목표로 남을 것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나 생태환경 보전의 역할을 따지는 건 한가한 소리가 된다. 자본이 주도하는 ‘농업’은 경제적 이득이 절대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무역에 대항해야 한다. 자유무역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중소농민들이 연대하고 싸워야 한다. 지난 19일, 전 세계 소농들의 연대체인 비아캄페시나(La Via Campesina) 대표들은 서울에 모여 자유무역이 농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자유무역에서 농업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이제 우리도 자유무역에 대응해 농업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 활동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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