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촌에도 쓸만한 공장이 들어왔으면

  • 입력 2018.04.22 03:34
  • 수정 2018.05.18 11:46
  • 기자명 한영미(강원 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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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강원 횡성)
한영미(강원 횡성)

2017년 12월 15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오산리 마을 분들은 마을 한가운데 들어온다는 재생활성탄 공장을 반대하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

영하20도를 넘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숨 쉴 권리조차 위협받아 야외활동이 어려운 미세먼지 속에서도 농성을 멈추지 않았던 주민들이, 일철이 나서자 이렇게 계속 싸우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으로 농번기에 어떻게 농성을 이어갈지 4월 20일날 마을총회에서 결정을 한단다.

활성탄공장 반대를 외치는 마을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제각각이다. 땅값이 떨어져서 안 된다, 공장 사장이 마을주민을 영업방해로 고발을 하면 벌금을 물게 된다고 대충대충 농성하다가 마을발전기금이나 받고 허락해주는 것이 낫겠다는 사람도 있고, 친환경농사를 주로 하는 언니네 텃밭농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고 안 된다고 하고, 더 나아가 공기와 토양오염으로 인해 친환경인증이 취소될 것에 대한 우려를 하는 농가도 있다. 또, 몸이 안 좋아 요양 차 공기 좋고 물 좋은 횡성으로 이사를 왔는데 활성탄공장이 들어서면 횡성에 살 이유가 없다고 집을 내놓은 분이 있는가 하면, 탄광촌에서 근무하다가 진폐증을 앓고 있는 분은 안 좋은 환경이 인간의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잘 알기에 절대 반대를 외치고 계신다.

반대이유가 제각각이지만 일철이 나서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겠지 했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영업을 하려는 사람이 포기를 하지 않을 경우 농성을 풀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마을주민의 고민이 느는 시기에, 활성탄공장 사장은 마을주민을 영업방해로 경찰에 고발을 했다. 마을총회에서 농성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발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지도 함께 의논을 해야 한다. 마을주민들이 처음부터 무조건 반대했던 것도 아니고 주민설명회도 없이 먼저 제조설비를 들여왔고 공장을 세우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만들어 가다보니 마을에선 주민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의 제조설비가 들어오는 것을 막은 것인데 이것을 영업방해라 한 것이다.

활성탄은 오염된 물이나 냄새 등을 정화시켜주는 숯가루덩어리로 실제 우리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반대를 하는 이유는 인가와 너무 가까이 있고, 개인의 사적 영업이익을 위해 환경은 물론 주위사람들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성 중 폐활성탄공장의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다른 공장을 찾아가 본 결과, 오염을 줄이는 저감 설비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공장 주변은 폐기물을 실어 나르고 활성탄에 붙어있는 유기물이나 합성물질을 태우면서 배출되는 분진과 악취, 가스로 인해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마을주민은 똘똘 뭉쳐 있다.

지금까지 공장은 성장을 상징하는 개발, 선진, 공업의 표상이었지만 농촌지역에 공장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수도권에서 밀려나온 공장을 받는 곳이 농촌이 아니다. 환경을 오염시키며 주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주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를 갖고 있는 공장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오산리에 들어오는 공장도 김포에서 폐업하고 이전해오는 것이다. 적어도 농촌지역에 공장이 들어선다면, 농촌이 농촌다움을 유지시키고 농사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농민이 어떤 공장이 들어오더라도 공장건립으로 소외당해서는 안 된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농민들이 관심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공장이었으면 한다. 땅 가진 사람이 주인인 세상인양 행세하지만 평생 이 땅을 일구고 유지시켜온 농민들이 주인인 세상! 주인들이 맘 편히 농사짓는 세상이 가능해야 말이 되는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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