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농민들 ‘자유무역 반대’로 연대

비아캄페시나 ICC 2018 회의 서울서 일주일간 열려
21개국 농민들 “거대 자본, 땅·물·종자 장악”

  • 입력 2018.04.21 22:24
  • 수정 2018.05.13 21:1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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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세계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국제조정위원회 회의를 개최하며 ‘자유무역에서 농업을 제외하자'는 반FTA 연대를 결의했다. 이번 비아캄페시나 서울 회의에는 한국을 포함한 21개국 농민들이 참가했으며 5개 국어로 동시통역을 하면서 실시간 의견을 모으는 한편 19일 국회 국제토론회, 21일 철원 민통선 농사현장 방문 등 한국의 농업과 농민을 이해하면서 공감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한승호 기자
세계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국제조정위원회 회의를 개최하며 ‘자유무역에서 농업을 제외하자'는 반FTA 연대를 결의했다. 이번 비아캄페시나 서울 회의에는 한국을 포함한 21개국 농민들이 참가했으며 5개 국어로 동시통역을 하면서 실시간 의견을 모으는 한편 19일 국회 국제토론회, 21일 철원 민통선 농사현장 방문 등 한국의 농업과 농민을 이해하면서 공감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한승호 기자

 

21개국 농민들이 ‘식량주권’을 지키자는 결의로 똘똘 뭉쳤다. 자유무역으로 인한 농업·농촌·농민의 위기를 약자들의 연대로 막아내자며 농산물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세계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들이 지난 일주일간 서울서 개최한 회의에서 논의한 결과다.

비아캄페시나(농민의길, La Via Campesina)의 지역별 대표인 국제조정위원(ICC)들이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2018년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서울 회의에는 한국을 포함한 21개국 농민들로 구성된 비아캄페시나 ICC들이 참가했고 5개 언어로 동시통역을 하면서 전 세계 농민들의 실태를 공유했다.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17일은 ‘국제 농민투쟁의 날’이기도 했다. 20년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재식민지화 시도를 고발하고 브라질 엘도라두 두스 카라자스에서 일어난 무토지 농민 투쟁 학살 22주기를 기념해 기자회견도 했다. 세계 곳곳의 농민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희생자’로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항거다.

기자회견에서 비아캄페시나 ICC들은 “비아 회원 조직들은 토지와 수자원에 대한 권리를 지키고 FTA에 반대한다”며 “FTA는 단순한 무역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 협정으로, 이는 구조개혁을 동반하고 초국적 기업과 국내 엘리트층들의 경제적 이익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전 지구적으로 물과 땅과 씨앗의 상품화가 일어난다. FTA는 농민들의 생산수단을 장악하고, 지역 시장을 파괴하면서 식량주권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공통된 주장을 했다. 이어 “FTA와 세계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투쟁을 천명했다.

특히 엘리자베스 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성심껏 준비한 이번 행사에 감사한다. 이번 회의를 통해 각각의 언어는 다르지만 문화와 환경이 비아를 통해 이어지면서, 결국 인종, 피부색,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지역에서 또 농촌에서 우리가 어떻게 싸우고 도전하는지 함께 일깨우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전했다.

‘비아 코리아’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맹(박행덕 의장)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김순애 회장)에 대한 소개 시간도 마련됐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한국농민들은 2등 국민으로 취급받고 있다. 전 세계 농어민들 역시 식량을 생산해서 사람을 먹여 살리는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데, 존중 받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극명하게 알 수 있다”면서 “국경을 뛰어넘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다함께 투쟁해 농민들의 권리를 되찾자”고 말했다. 김순애 전여농 회장은 “소농들의 연대는 한국 뿐 아니라 국제적 연대로 뻗어나가야 한다. 한국에서 농민들은 박근혜정권을 바꿔냈고, 농민들의 권익을 법과 제도로 보장받기 위해 헌법을 바꾸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마련된 교양강의에는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분단체제’에 대한 본질과 곧 있을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정열 동남동아시아 ICC는 “비아에 한국의 농민운동은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알리는 일은 드물었다”면서 “이번 강의로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전달됐기를 바란다. 남북한 농민들이 함께 농사짓는 날을 기대한다. 전농과 전여농이 통일운동에 앞장서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한편 첫날 저녁 환영만찬 시간에 각국 ICC들은 문화공연으로 마련된 가야금 연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또 전농과 전여농이 선물로 준비한 농기구 ‘호미’와 ‘촛불뱃지’에 크게 기뻐했다.

비아캄페시나 ICC들은 일주일간 열린 이번 회의 기간 중 19일에는 ‘자유무역과 농업’을 주제로 열린 국회 국제토론회에 참석해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유무역에 따른 농업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농산물은 자유무역의 대상이 아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해 자유무역 반대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담아냈다. 21일에는 강원도 철원 민통선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현장을 방문해 농민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한국의 농업과 농민을 이해하면서 공감하고 연대하는 시간들로 꽉 찬 일정을 보냈다.

비아캄페시나는 지난 1993년 5월 세계 농민지도자들이 벨기에 뭉스에서 조직해 창립했으며, 세계 81개국 182개 농민단체가 가입해 있다. 회원수는 약 2억명, 사무국은 아프리카 짐바브웨 하라레에 있다.

전 세계를 10개 지역으로 구분해 남녀 1명씩을 각 지역대표(ICC)로 선임했으며, 한국은 동남동아시아 지역 소속이다. 동남동아시아 ICC는 한국의 김정열 전 전여농 사무총장과 인도네시아 농민연합(SPI)의 자이날이 남녀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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